[책과 길] 정신과 육체, 어느 쪽이 강할까?… 알쏭달쏭 철학 맛보기
입력 2014-01-17 01:32
정신은 어디에 있나요?/브리지트 라베·뒤퐁 뵈리에/소금창고
엄마에게 외출금지령을 받은 마야. 침대에 누워 어른이 되면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본다. 정원이 딸린 커다란 집에서 키는 크고 머리는 까만 남편과 살면서 아이는 셋쯤 낳아야지. 상상의 나래를 펴는 마야. 몸은 방에 있지만 그의 정신은 방을 떠나 여행을 한다.
클레망스는 온몸이 땀에 젖고 다리도 뻣뻣해져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너무 지친 나머지 경기를 포기하고 싶지만 정신력을 발휘해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이렇듯 인간의 정신은 몸에게 ‘안돼’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렇다면 정신은 몸보다 우위에 있는 걸까?
롤랑은 화를 내면서 트럭 운전사를 공격했다. 그는 사흘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식사도 못 해 허기진 상태였다. 만약 롤랑이 충분히 자고 식사도 했다면 아마 트럭 운전사를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배고픔과 목마름, 피곤과 고통, 추위와 더위는 인간의 몸을 힘들게 한다. 그렇게 되면 정신이 있을 자리가 없다. 정신이 건강해지려면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고민하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정신과 몸이 함께 해낸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양분을 고루 섭취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며 이야기와 시, 음악과 그림, 풍경과 대화를 통해 정신을 살찌워야 한다.
프랑스 밀랑 출판사가 작가와 철학교수들을 저자로 초빙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출간한 ‘철학 맛보기’ 시리즈 중 한 권이다. 현지에선 몸과 정신을 다룬 이 책을 비롯해 40권이 나와 있다. 짤막한 이야기를 통해 말과 표현의 논리적 쓰임을 습득할 수 있도록 이끈다. 궁극적으로는 철학적 사유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 뒷부분에 있는 ‘나만의 철학 맛보기 노트’는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와 통찰력을 향상시키는 데 좋은 길라잡이가 돼 준다. 국내에는 2002년 첫선을 보인 뒤 2007년까지 20권이 나왔고, 올 1월 한꺼번에 10권을 번역·출간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