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복수·백년설 등 왕년 스타들 활동 모습 생생… 다큐멘터리 영화 ‘가요 반세기’

입력 2014-01-16 01:36 수정 2014-01-16 16:05

대중가요 1세대로 통하는 ‘타향살이’의 고복수(1911∼1972), ‘나그네 설움’의 백년설(1914∼1980), ‘신라의 달밤’의 현인(1919∼2002)…. 이들이 가수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이 담긴 희귀영화가 공개됐다. 1968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가요 반세기’(감독 김광수)다.

한국영상자료원은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920년대부터 60년대 후반까지 한국 대중가요 반세기를 집약한 기록영화 ‘가요 반세기’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영상자료원은 이 영화 제작부장을 맡았던 박웅일씨가 해당 필름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1년 넘는 설득 과정을 거쳐 원본을 입수했다. 영상자료원은 “사운드나 화질 등이 매우 양호한 편이어서 디지털화 작업만 거치면 극장 상영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소연 영상자료원 경영기획부장은 “(1960년대 방송가엔) 녹화 테이프의 가격이 매우 비싸 녹화된 영상을 지우고 테이프를 재활용하는 방식이 흔했다. 이 때문에 (당시 가수들 영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편이다”며 “‘가요 반세기’는 기록 보존이 취약한 가요계에 보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배우 김진규(1923∼1998)의 진행으로 가요사 흐름을 설명해주는 얼개를 띠고 있다. 영화 제작 당시 이미 고인이었던 남인수(1918∼1962)와 이난영(1916∼1965)의 생전 영상, 이미자 남진 윤복희 등 지금도 활동 중인 가수들의 젊은 시절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준희 대중음악평론가는 “영화엔 60년대 후반 톱가수로 활동하던 인물 대부분이 등장한다. 문주란과 배호(1942∼1971) 정도만 없을 뿐이다. ‘가요 반세기’는 사라진 줄 알았던 작품인데 이런 영화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영상자료원은 5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시네마테크 코파(KOFA)에서 ‘가요 반세기’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영상자료원은 영화평론가 등 전문가 62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도 발표했다. 김기영(1919∼1998) 감독의 ‘하녀’(1960), 유현목(1925∼2009) 감독의 ‘오발탄’(1961), 하길종(1941∼1979)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 등 3편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90년대 이후 작품 중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과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가 각각 7위와 9위에 랭크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영화 100선’ 목록에 가장 많은 작품을 올린 인물은 임권택 감독(7편)이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