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유엔 비상임이사국 증설이 더 바람직”… 日·인도 상임이사국 사실상 반대

입력 2014-01-16 03:28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증설 여부에 대해 “한 번의 선거로 영구히 지위를 갖게 되는 상임이사국 자리를 증설하는 것보다 정기적 선거를 통해 국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상임이사국을 증설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15일 방영된 인도 국영 두르다르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 개혁은 책임성 민주성 대표성 효율성 등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개혁돼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인도 방문에 앞서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사전에 진행한 인터뷰 중에 나온 내용이다. 수년 전부터 자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온 인도 언론의 질문에 대한 답변 성격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일본’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이번 발언이 사실상 일본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인도 독일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수년 전부터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목소리를 높여 왔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후부터는 일본 내에서 이런 입장이 좀 더 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언급은 과거 침탈의 역사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는 일본이 국제사회를 이끌 리더의 자격이 있느냐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이 최근 CNN방송, 블룸버그 등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역사인식을 계속 문제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박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 정부의 일관된 기본 입장이며, 일본이라는 특정 국가를 지목해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인도 뉴델리에서 브리핑을 갖고 “유엔 안보리 개혁에 대한 대통령 말씀은 우리 정부의 생각과 기준, 기본 입장을 말한 것이지 특정 국가에 대한 찬반 표명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 질서 유지에 책임을 지고 전 세계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유엔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15개국으로 구성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국이 임기에 제한이 없고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P5)이며, 나머지는 대륙별로 할당된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이사국이 맡는다.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비상임이사국이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16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 반대 중견국가 그룹(UfC)의 차관급 회의에 참석한다. 1998년 한국과 멕시코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도로 만들어진 UfC는 일본 등 4개국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해 왔다.

남혁상 기자, 뉴델리=신창호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