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사이렌·경광등… 길거리가 소란스럽다

입력 2014-01-16 01:36


지난 10일 금요일 퇴근길. 꽉 막힌 서울 서부간선도로 목동교 부근에 요란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교통체증에 길이 막히자 사설경비업체 차량이 사이렌을 켠 것이다. 차를 몰고 가던 직장인 신모(30)씨는 라디오 볼륨을 높여봤지만 소음을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급한 일일 테니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하며 창 너머로 경비업체 차량을 들여다보니 운전자는 한가롭게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다. 정체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지만 서두르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긴급출동’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신씨는 “불필요하게 사이렌과 경광등을 사용하는 차량이 많다보니 구급차를 봐도 짜증부터 날 때가 많다”고 했다.

무분별하게 사이렌을 울리고 다니는 사설 경비업체 차량이나 불법 개조 견인차 등이 늘면서 사이렌 소음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에 들어온 사이렌 소음 민원은 609건이었다. 도로교통법은 ‘본래의 긴급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수사기관 차량, 소방차, 구급차, 군용차, 혈액공급차, 교도소 등의 호송차, 경호업무 수행에 공무로 사용되는 차량 등을 긴급자동차로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 사설 기계경비업체나 민간 구급이송업체 등도 지방경찰청에 긴급자동차지정신청을 해서 허가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경비업체는 4000여개. 이 중 긴급자동차 자격을 부여받아 활동하는 기계경비업체는 130개 정도다. 민간 구급이송차량은 57개 업체 산하에 총 780여대가 운행 중이다. 여기에 경광등과 사이렌을 불법 설치하고 영업하는 견인차량까지 활개를 치면서 불필요한 사이렌 소리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긴급자동차의 사이렌 음량이 전방 30m에서 측정했을 때 90∼120dB 범위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 당시 검사 외에 실제 사용 실태를 규제할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행 중 사이렌 소음 기준이 없어 단속이 어렵다”며 “견인차 등이 불법 구조변경으로 적발되거나 해야 단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렌 소음에 대한 운전자들의 피로는 실제 응급 상황에 놓인 긴급자동차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민간 업체에서 지나치게 큰 소리로 사이렌을 울리거나 남용하는 바람에 출동할 때마다 우리가 신경이 쓰인다”며 “응급차량에 길을 터주지 않는 운전문화를 더 악화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사설 경비업체 관계자는 “실제 범죄가 발생한 긴급 출동 때만 사이렌을 울리도록 돼 있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는 사용을 금한다”고 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