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채용제도 의미… SSAT 과열 부작용 줄인다
입력 2014-01-16 02:33
삼성이 올해부터 수시채용을 확대하고 스펙보다는 직무 전문성과 경험 위주로 선발하는 내용으로 채용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대학총장추천제라는 파격적인 제도 도입과 함께 서류전형도 19년 만에 부활된다. 삼성 입사를 위한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응시인원 급증에 따른 관리의 어려움도 생기자 과감히 개혁의 칼을 빼든 것이다.
◇대학 총·학장 추천으로 5000명 지원=새 채용방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학 총·학장 추천제다. 삼성은 전국 200개 대학의 총·학장에게 우수한 인재를 추천받아 채용과정에서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곧바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올해 5000명 정도를 추천받을 예정이다.
학교별 추천 인원은 전공 및 대학 정원과 삼성 입사자 배출 실적 등을 고려해 정한다. 삼성은 15일 “대학이 역량 있는 인재를 기업에 추천하는 제도로 학내 면학 분위기 유도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찾아가는 열린 채용’을 도입해 인재가 있는 현장에서 연중 수시로 대상자를 발굴하고 SSAT 응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서류전형 부활, SSAT 개편=1995년 폐지된 서류전형이 부활되지만 학점이나 영어성적 위주로 평가하는 기존의 서류전형과는 성격이 다르다. 세부 학업 내역, 전문역량을 쌓기 위한 준비과정과 성과, 가치관을 평가할 수 있는 에세이 등이 중심이 된다. 서류를 통한 일종의 사전 면접이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사람에게 응시 기회가 주어지는 SSAT도 개편된다. 기출 문제를 많이 풀어보거나 정답을 암기한다고 고득점을 받을 수 없도록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사장은 “SSAT는 종합적, 논리적 사고를 평가하는 문항을 확대해 종합적인 사고능력과 창의력을 보유한 인재가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언어·수리·추리·상식 등 4개 영역 외에 공간 지각력을 추가하고 상식 영역에는 역사와 관련된 문항을 확대해 역사에 대한 인식이 깊은 인재를 선발키로 했다.
◇다양한 인재 선발방식=지원서와 필기시험 등 기존 채용방법만으로는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웠던 직무별 전문인력을 발굴하기 위한 채용 방식도 도입된다. 우선 대학·기업 간 산학협력 과제에 참여한 우수 인재, 각종 논문상과 경진대회 수상자 등을 적극 우대할 예정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의 경우 전국 주요 대학과 협력을 통해 전공 및 비전공 인력을 맞춤형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양성하는 등 인문·이공 통섭형 인재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영업마케팅직과 디자인·광고직은 전공을 불문하고 직무 관련 경진대회 수상자나 인턴십 또는 실무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을 추천받아 우수 인력을 발굴한다.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듯=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편에 돌입했다. 당시 이 사장은 “하반기 공채 지원자 수가 처음 10만명을 넘을 정도로 경쟁이 과열돼 있다”며 “열린 채용과 능력 중심의 선발이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사회적 비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채용 제도 변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SSAT를 대비하는 사설학원 강좌가 개설되고 60여종의 SSAT 대비 서적이 출간되는 등 취업준비생들의 지출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 삼성에 부담이 됐다. SSAT 고사장을 확보하는 데만 매년 수십억 원을 써야 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삼성은 1957년 처음으로 공개채용을 도입하는 등 우리 기업들의 채용방식을 선도해 왔다. 서류전형을 없애고 직무적성검사를 도입하자 주요 대기업들도 이를 주요 선발기준으로 삼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새로운 채용방식이 다른 기업들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학 총·학장 추천제도 등의 효과가 좋을 경우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