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햇볕정책 수정”… 右클릭 민주당 노선투쟁 점화
입력 2014-01-16 02:33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6·4 지방선거를 겨냥해 중도 깃발을 내걸면서 야권의 노선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의 중도화는 안철수 신당이 중도·보수 색채를 드러내는 것과 맞물리면서 국내 정치권의 이념 지형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8대 대선이 ‘중도·진보 영역’에서 치러졌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중도·보수 영역’에서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질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과 15일 당직 개편을 통해 ‘호남 강화 및 중도 확장’이라는 지방선거 전략을 내비쳤다. 호남 출신을 대거 등용해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고, 대선 이후 중도보수층이 늘어난 현실을 감안해 이념적으로 우클릭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전략홍보본부장을 사임한 민병두 의원은 개인 블로그에서 “지난 대선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확인됐다”며 “과감하게 우리가 전선을 오른쪽 중간에 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북한인권민생법 등 국민 통합형 대북정책 추진, 대기업 포용 정당으로의 외연 확대를 제안했다. 당직을 내려놓으면서 김 대표 등 당내 중도파의 입장을 적극 대변한 것이다. 대선 패배 후 당내 진보 정치의 기반이 약화된 현실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내놓은 새로운 대북정책은 햇볕정책 수정 논란 속에 당내 반발을 야기했고, 대기업 포용 정책은 경제민주화와 충돌 가능성이 높아 노선 투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당내 대북 전문가인 홍익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인권민생법 추진에 관해 “운동장이 기울어졌으니 골대 하나만 가지고 축구하자는 꼴”이라며 “그런 논리라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는 게 맞다”고 강력 비판했다. 김기식 의원도 “햇볕정책은 당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고, 북한인권법을 중도 문제로 접근한다면 보수의 프레임에 갇힌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민생 현안이 실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햇볕정책 수정 논란이 일자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통합적 대북정책은 햇볕정책의 원칙을 고수하며 시대상황 변화에 따라 계승·발전시키겠다는 뜻”이라며 “햇볕정책의 대원칙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중도화 전략 자체에 대한 무용론도 만만치 않다. 중도를 강화할 경우 표면적으로는 민주당 지지층이 확장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엔 새누리당이 우세한 보수의 프레임 속에서 경쟁해야 해 필패한다는 반박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선대위 기획본부장을 지낸 이목희 의원은 “진보적 정치세력은 몸을 오른쪽으로 옮겨서가 아니라 정체성을 분명히 해서 진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중도 표를 얻을 수 있다”며 “이것이 정치와 선거의 기본 ABC”라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법에서 촉발된 노선 갈등은 향후 지방선거의 주요 정책 이슈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적 이슈인 무상급식을 부각시켜 효과를 봤지만 이번에는 좀 더 보수화된 민생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