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치매 시설 르포] 서울 시내 민간 요양시설 둘러보니… 치료 없이 누워서만 지내 수용소 수준
입력 2014-01-16 01:35
서울 강북지역의 A요양원. 환자 보호자도, 직원도 아닌 기자가 철제 출입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손쉽게 열렸다.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내다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둘러보니 직원 사무실은 출입문과 한참 떨어진 안쪽에 위치해 있다. 내부의 환자가 밖으로 나가도, 외부의 낯선 이가 들어와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구조였다. 복도는 빛이 들지 않아 어두웠고 욕실을 겸한 화장실 안에는 채소 같은 식자재가 쌓여 있었다. 사무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입원한 치매 환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프로그램 안내는 보이지 않았다. 식단 안내표도, 직원의 근무스케줄도 찾을 수 없었다.
국민일보는 최근 서울 시내 민간요양시설 3곳을 무작위로 돌아봤다. 비전문가가 둘러봐도 한눈에 안전·위생상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치매 환자를 위한 별도의 인지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치매 환자는 증상이 방치될 경우 인지능력 감퇴가 우려돼 이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요양원 거주 노인들은 대부분 활동 없이 누워서만 지냈다.
인근의 B요양원. 벽지와 가구, 조명 모두 A요양원보다 밝고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곳 역시 시설의 출입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드나드는 사람을 통제하는 직원도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입원 환자 중 거동이 가능한 치매 환자가 있었다. 주간에는 별다른 출입 통제는 없다는 게 직원 설명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배려도 부족했다. 복도 벽면에는 몸을 지탱할 손잡이를 찾을 수 없었다. 욕실에도 장애인용 특수욕조 없이 사워기만 설치돼 있었다.
인근 또 다른 C요양원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직원 사무실에는 서류와 집기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화장실은 유명무실했다. 남성용 소변기는 노란 장판지로 막혀 있었고 좌변기가 있어야 할 자리는 창고로 쓰였다. 환자들의 용변은 간이 변기를 사용해 생활공간 내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실내의 냄새는 용변과 음식이 뒤섞인 냄새였던 모양이다. 이곳 역시 욕실에는 특수 욕조 없이 수도꼭지만 달려 있었다.
시설 직원은 “직접 씻겨드리기 때문에 욕조는 필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목욕 횟수는 일주일에 한 번에 불과하다. 직원은 “사람이 많고 직원이 부족해 자주 씻겨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립중앙치매센터 김기웅 센터장은 “보행이나 시각에 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한 환경적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에서 모범이 될 만한 표준 시설을 만들어 권장한다면 민간 시설도 많이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치매환자들을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주고 인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갖추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