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고세욱] 어느 공기업 사장의 ‘용퇴 꼼수’

입력 2014-01-16 02:32


서종대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최근 금융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하고 16일 퇴임식을 갖는다고 공사가 15일 밝혔다. 공사는 일신상의 사유로 서 사장이 퇴임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공공기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개 공사 사장이 물러나는 것은 큰 뉴스가 아니다. 다만 서 사장의 퇴임은 시쳇말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2011년 11월에 취임한 그는 임기(3년)가 10개월이나 남아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1년 가까이 남겨둔 채 홀연히 박차고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용기와 소신으로 자리를 내놨다면 박수 받아 마땅하다. 다만 여기에는 개인의 사심 없음과 일처리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서 사장의 퇴임에는 이 두 가지 필요조건을 모두 찾아볼 수 없었다.

서 사장은 이미 지난해 말 공모절차가 진행된 한국감정원 후임 원장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를 받지 않은 본인에게 직접 확인은 못했지만 금융권과 공사 내부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의 행보에 “또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꼼수 부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한국감정원은 본인의 친정인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다.

사의표명도 공사 임직원들이 전혀 모른 채 진행됐다. 서 사장은 지난달 말 사임 관련 일부 보도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지난 2일 시무식 때만 해도 “창립 10주년을 맞는 올해 주요사업 부문을 재정비해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한 해 청사진을 밝힌 지 10여일 후 몰래 사표를 제출했다.

결국 서 사장은 서민의 주거안정과 금융부담 완화라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 추진을 주무 공공기관장으로서 중도 포기했다.

공공기관 개혁에는 방만한 경영뿐만 아니라 낙하산 공무원의 도덕성 부분도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그가 몸소 증명한 셈이다.

고세욱 경제부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