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11년 맞은 인터넷 기독교방송국 ‘와우 CCM’ 현장
입력 2014-01-16 02:32
“하나님은 인터넷으로도 길 잃은 양 찾으십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솔샘로 벧엘교회(박태남 목사) 지하 2층에 마련된 작은 사무실에 들어서자 온화한 톤의 CCM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39㎡(12평) 크기의 사무실에는 음향장비와 소규모 스튜디오, 송출장비 등이 갖춰져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매주 화요일 오후 생방송을 진행하는 찬양사역자 서재화씨의 밝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취자가 보내온 사연에 진지한 상담과 유머를 곁들인 대답을 해 주는 그녀의 방송은 공중파 라디오 방송과 차이가 없었다.
2시30분이 되자 찬양사역자 이혁진씨가 기타를 들고 스튜디오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코너의 이름은 ‘이혁진의 그땐 그랬지’. 청취자들이 10∼20년 전 교회에서 부르던 CCM을 신청하면 진행자들이 생방송으로 들려주는 코너다. 서씨와 이씨가 ‘믿음의 가정’을 부르자 스튜디오 안 모니터에는 청취자들의 신청문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에 산다는 아이디 ‘현석엄마’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아이디 ‘강지수’는 “요즘 일에 치여서 많이 지치고 힘들다”며 ‘삶의 작은 일에도’를,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아이디 ‘마커스J’는 “주님께서 가라 하시면 가고, 멈추라 하시면 멈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말씀하시면’을 신청했다.
이곳은 24시간 CCM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인터넷 기독교방송국 ‘와우CCM’의 생방송 제작현장이다. 와우CCM은 원광대 건축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대일(34) 국장의 취미에서 시작됐다. 재미 삼아 방송을 진행하던 어느 날 “교회를 오랫동안 떠났던 PK(목회자 자녀)인데, 이제 다시 교회로 돌아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청취자의 사연이 도착했다. 김 국장은 청년을 위로하며 교회와 가정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고, 몇 달 뒤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는 사연이 다시 도착했다.
올해로 개국 11년을 맞은 와우CCM이 평탄한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2년 전, 박태남 목사의 지원으로 벧엘교회에 자리를 마련하기 전에는 임대료를 구하기 어려워 몇 차례 이사를 다녀야 했다.
김 국장은 “220명의 정기후원자가 있고 40여 명의 찬양사역자와 작가, PD분들이 자원봉사를 해 주시기 때문에 방송국이 돌아가고 있지만, 아무래도 방송 전문가를 채용해 보다 양질의 방송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국장의 꿈 중 하나는 ‘서버가 폭발할 정도로 많은 청취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아이폰용 ‘라디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시간 1000여명의 청취자가 CCM을 듣는다. ‘팟캐스트’를 통한 다시듣기 서비스는 7000∼1만2000명이 사용한다. 김 국장의 다른 꿈은 CCM이 많이 보급되지 않은 나라에 CCM 전문 방송국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9년부터 매년 몽골어와 중국어 CCM 찬양집을 만들어 현지교회와 성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