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영광 다시 한번… 얼음판 빅4 ‘김연아·이상화·모태범·이승훈’ 믿는다

입력 2014-01-16 01:34


“올림픽이라고 해서 특별히 긴장하기보다는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것을 제대로 해내고 싶습니다.”

한국 빙상 대표 선수단은 15일 서울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빙상 국가대표선수단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구동성으로 ‘선전’을 외쳤다.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딴 메달 45개(금 23·은 14·동 8)를 모두 수확한 빙상은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메달밭으로 꼽힌다. 전통의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을 비롯해 김연아로 대표되는 피겨스케이팅, 이상화·모태범·이승훈 등 ‘빙속 3총사’가 이끄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이번에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디어데이 행사에 가장 먼저 등장한 ‘피겨 여왕’ 김연아는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주변에서 올림픽 2연패 이야기를 많이 하시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그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면서 “그저 그동안 제가 준비한 것을 잘 하고 싶을 뿐이며 어떤 결과를 얻어도 만족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은 내비쳤다. 김연아는 “연습에서도 실수 없이 프로그램을 여러 번 소화했다”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연습을 통해 올림픽에서 클린할 수 있는 확률을 계속 높혀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빙속 3총사 이상화·모태범·이승훈 역시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드러냈다. 올 시즌 세계신기록을 3차례나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성적을 낸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욕심을 내면 실수가 생긴다”면서 “소치올림픽도 다른 경기와 똑같이 생각하고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3총사는 소치올림픽 빙상장의 빙질이 밴쿠버올림픽 빙상장과 유사한 것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미 경험했던 모태범은 “승훈이와 함께 빙판 위에 올라서자마자 ‘밴쿠버’와 똑같다고 생각했고,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빙질이 너무 좋으면 속도를 더 잘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소치나 밴쿠버처럼 약간 안 좋은 게 더 낫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올림픽을 이미 경험한 이들과 달리 처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부담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여왕’ 심석희는 “중국의 왕멍 등 뛰어난 선수들과 올림픽에서 겨루게 되는데, 나만의 레이스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포스트 김연아’의 쌍두마차 중 김해진은 “큰 대회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많은 관중 앞에서 연기하는게 부담스럽다”면서도 “최근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부담감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성추행 의혹 코치 논란과 남자 대표팀의 노진규 부상 등 악재가 겹친 쇼트트랙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여자 대표팀의 리더 박승희는 “노진규 선수가 다치는 걸 보고 여자 선수들도 부상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면서 “제가 막내로 참가한 밴쿠버올림픽 때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많이 울기도 했는데, 이번에 좋은 선수들이 들어오고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린 만큼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약체로 꼽히는 남자 대표팀의 신다운은 “올림픽까지 남아있는 기간 동안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릴레이에 새로 들어올 선수와 호흡을 잘 맞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