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방장관 “케리 美국무 순진·무모”
입력 2014-01-16 01:34
이스라엘의 모셰 야알론 국방장관이 자국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위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중재 시도를 원색적으로 조롱했다. 그는 외교 갈등을 부채질한 꼴이 되자 연거푸 사과 성명을 내며 진땀을 뺐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라노트는 야알론 장관이 이스라엘 및 미국 관료들과의 사적 대화에서 “케리 장관은 이해할 수 없는 강박관념과 메시아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케리 장관의 중동평화 중재 노력을 순진하고 무모하다고 표현하며 “우리를 구하는 유일한 길은 존 케리 장관이 노벨상을 받고 우리를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미국이 제시한 안보 협의안에 대해선 “그 내용이 적힌 문서만큼의 가치도 없다”고 폄하했다. 협의안은 핵심 분쟁지역인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활동을 사실상 금지하는 게 골자다. 이스라엘은 테러 방지 등을 위해 지상군 주둔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야알론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으로 핵심 강경파다.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도 팔레스타인을 믿을 수 없다며 평화협상에 회의론을 제기했었다.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야알론 장관의 발언에 대해 “(보도가) 정확하다면 이스라엘의 보안 요구를 지원하려고 케리 장관이 하고 있는 모든 것을 감안할 때 모욕적이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야알론 장관은 보도 직후 성명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위대한 우방이자 가장 확고한 동맹국”이라며 “이견이 생겨도 우리는 막후에서 이를 해소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야알론 장관 측은 이날 늦게 두 번째 성명을 내고 “케리 장관을 모욕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야알론 장관의 발언 때문에 불쾌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