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유네스코 외교전’

입력 2014-01-16 01:34

한국과 일본이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를 무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일 전망이다.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을, 일본은 한국인 강제노동이 이뤄진 산업현장을 각각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가족부는 14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을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연내 국내 관련 자료 수집을 마무리한 뒤 내년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네덜란드 등과 협력해 해외 관련 자료도 수집하겠다는 방침이다. 교도통신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아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15일 관계부처 연락회의를 열고 규슈와 야마구치현의 ‘메이지(明治) 일본 산업혁명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기 위한 추천서를 승인했다.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8개 현에 걸친 28개 시설 및 유적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에는 자국 근대화의 상징적 공간이지만 침략이나 식민 지배를 당한 주변국에는 강제 징용의 아픔이 있는 고난의 현장이다.

양국 간에는 벌써부터 신경전이 한창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방침이 구체화된 지난해 9월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에 항의했다. 유네스코의 심사가 진행되면 한국의 입장을 유네스코 측에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여가부의 움직임에 대해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의 재산과 청구권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주장할 점은 주장하고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