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黨간부 우웨이, “시진핑 개혁, 덩샤오핑에 훨씬 못미친다”
입력 2014-01-16 01:34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은 정치 체제와 경제 체제를 동시에 개혁하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시진핑(習近平)의 개혁은 민주(民主)나 헌정을 입에 올리지조차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공산당 권력의 재분배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1980년대 당시 당 중앙의 정치체제개혁 연구 작업에 참여했던 우웨이(吳偉)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개혁은 이미 덩샤오핑의 개혁보다 크게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덩샤오핑의 개혁은 사회구성원 절대 다수가 개혁에 공감한 ‘민중의 개혁’이었지만 지금은 민중의 개혁에 대한 관심도나 지지도가 당시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홍콩 명보(明報)는 15일 우웨이의 뉴욕타임스 회견 내용을 전했다.
우웨이는 80년대에 총서기를 지낸 자오쯔양(趙紫陽)의 비서 바오퉁을 도와 일했으며 1989년 천안문 사태 뒤 체포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홍콩에서 ‘중국 80년대 정치개혁 막전막후’라는 책을 출판했다.
우웨이는 회견에서 “시 주석의 개혁은 당이 사회 모순을 완화해 일당지배 체제의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덩샤오핑은 ‘삼권분립’은 안 되지만 ‘당정 분리’나 ‘당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며 천안문 사태 이후에도 87년 13차 당 대회에서 채택한 정치 및 경제 체제 개혁을 다룬 보고 내용을 “한 글자도 고치지 말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우웨이는 지금 시장화를 통한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익집단의 반발 때문에 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이거나 도중에 중단하거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 주석은 또다시 비장한 표현을 동원해가며 반부패 투쟁을 강조했다. 그는 14일 열린 중앙기율검사위 3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독을 치료하기 위해 뼈를 깎아내고 (독사에 물린) 손목을 잘라내는 장수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을 치료하기 위해 뼈를 깎아낸다(괄골요독·刮骨療毒)’는 고사는 삼국지에서 관우가 적군의 화살에 맞은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유래한다.
시 주석은 또 “손을 뻗지 말라. 손을 뻗으면 반드시 잡히게 돼 있다(수막신 신수필피착·手莫伸 伸手必被捉)는 도리를 깊이 새겨야 한다”며 고위 간부들의 부패를 겨냥했다. 이 표현은 혁명원로 천이(陳毅)의 시에 나오는 구절로 “당과 인민이 감시하고 1만개의 눈이 노려보고 있어 도망가기 어렵다”는 구절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은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군부 장악은 전임 후진타오 주석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과거에는 중국이 군사적으로 도전적인 행위를 하면 인민해방군의 소행으로 봤지만 지금은 시 주석의 판단으로 간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소식통들은 “시 주석이 정치 개혁을 배제하긴 했지만 경제 개혁과 반부패 운동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군부의 지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