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가해자로 몰린 병사 자살, 군 당국 조사

입력 2014-01-15 21:03

[쿠키 사회]강원도 홍천의 한 군부대에서 전역을 2개월 앞둔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군 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숨진 병사의 유족은 아들이 성추행 가해자로 몰린 나머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명확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15일 육군 모 부대와 유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시50분쯤 홍천의 한 군부대 생활관 내 공사 중인 화장실에서 김모(22) 상병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김 상병의 관물대에서는 “성 군기로 영창가고 소문나지 않으려면 전역할 때까지 조용히 살아라. 아는 척도 하지마라”는 내용의 쪽지가 발견됐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이 쪽지는 같은 부대 A 병장(22)이 쓴 것으로 밝혀졌다.

오는 3월 25일 제대를 앞둔 김 상병은 진급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병장 진급이 누락됐다. A 병장과는 1개월 차이로 입대했으며 해당 부대에서는 동기로 지내왔다.

A 병장은 군 당국의 초기 수사에서 “지난 5일 새벽 김 상병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 당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아들이 성추행 했다는 증거는 A 병장이 쓴 쪽지와 진술이 전부”라면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쪽지 내용 중에는 아들에 대한 협박성 문구도 있는데 성추행 피해자가 썼다고 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1개월 선임도 엄연한 선임인데 후임이 선임을 성추행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해당 쪽지가 A 병장이 자필로 쓴 것인지 필적 감정을 의뢰하고 부대원을 대상으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헌병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확한 사건조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나오는 내용은 유가족에게 수시로 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해당 부대에서는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숨진 김 상병의 영결식이 부대장으로 열렸다. 유족들은 군 당국과 진상조사에 대한 견해 차이로 장례 절차를 미뤄왔다.홍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