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공안당국 감시에 게릴라식 이동… 5년전 만난 집사님 목회자 변신에 “아멘”

입력 2014-01-16 02:31


명성선교회 새해 첫 중국 산둥성 단기선교 동행 취재

“이게 얼마 만이에요. 오 집사님이 목회의 길로 나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우리 같이 기도합시다.”

명성선교회(대표 박종보 장로) 선교팀원들은 50대 초반의 한 여성을 부둥켜안고 연신 축하의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 지난 11일 오후 중국 산둥성 A시 근교의 한 아파트. 이곳 반지하 층에 자리 잡은 한 가정교회를 이날 막 현지에 도착한 명성선교회 단기선교팀이 방문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이 교회 시무자는 오경미(가명·여) 집사. 수년 전까지 이 지역의 B교회를 섬기던 오 집사가 교회를 개척한 것은 명성선교회 회원인 김지혜(방주금식기도원) 목사의 권면에서 비롯됐다. 김 목사가 5년 전쯤 선교 차원에서 B교회를 방문했다가 오 집사를 만나 함께 기도하던 중 자연스럽게 목회를 권유했던 것.

예배처소가 아파트 반지하 층에 마련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의 보통 가정집보다 넓은데도 월세 가격이 절반 정도이고 무엇보다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도수는 0명. 오 집사는 “숨쉬고 말씀 읽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뿐”이라며 자신을 찾아 준 선교팀원들에게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김 목사와 최숙자(춘천 시온성산교회), 유일환(청주 중부사랑의교회) 목사 등 선교팀 목회자들은 오 집사의 머리에 손을 얹고 함께 축복기도를 해준 뒤 조용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지난 11일부터 사흘 동안 이어진 명성선교회 선교팀의 새해 첫 중국단기선교 사역은 현지 교회를 방문해 ‘상황 청취→격려·위로→이동’하는, 이른바 ‘게릴라식’ 사역이었다. 해외선교 단체의 활동에 대한 중국 공안당국의 감시가 한층 강화돼 대규모 선교팀 방문이나 대형 집회 개최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선교팀의 분위기도 과거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

이번 여정에 동참키로 한 선교회 대표 박 장로는 출발 하루 전, 중국 입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면서 합류하지 못했다. “아마 기독교 선교활동 경력 때문인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당초 일정에 잡혀 있던 지하교회 방문도 현지 측 요청으로 취소되는가 하면 방문단 규모도 15명에서 6명으로 크게 줄었다.

혹한 속에서도 선교팀원들의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다. C시에서 가장 오래된 D조선족 교회에 도착한 선교팀은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내의와 옷가지를 전달했다. 월세 부담 때문에 시 외곽으로 이전한 Y조선족 교회에서는 설교를 통해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선교 마지막 날, 선교팀 리더 격인 김 목사는 작별을 앞둔 한족 출신의 통역가이드와 운전기사에게 정중하게 요청했다. “제가 여러분을 위해 축복 기도를 해드려도 될까요?” 교회 문턱을 한번도 밟아본 적 없다는 그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김 목사가 그들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기도 말미에는 “이들의 마음속에 믿음의 씨앗이 자라게 해 달라”는 간구도 빼놓지 않았다.

산둥=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