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교단 교세가 강해서… 환경 너무 척박해서… 끊이지 않는 목회자 ‘임지 교환’ 과연 옳은가

입력 2014-01-15 19:51 수정 2014-01-16 02:31


‘아직 미자립 상태이고 대전 이북 어느 곳이라도 임지를 교환할 의향이 있으시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40대 초반 A목사는 자신의 고향인 경남에서 공들여 개척한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임지 교환’이라는 제목의 글을 교단 게시판에 지난해 10월 올렸다. 다른 지역의 담임목사와 교회를 맞바꾸겠다는 것이다. A목사 게시물을 비롯해 임지 교환을 요청하는 글에는 시무하는 교회 위치와 원하는 임지, 결산액(특별헌금을 제외한 연간 헌금액), 사례비, 이메일주소 등이 간략하게 적혀 있다.

게시물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해 그 이유를 물었다. A목사는 “나를 잘 아는 친인척들에게서 멀리 떠나서 목회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척할 때에는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줄 고향 사람들이 많아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목회자와 성도뿐 아니라 성도들 사이에서도 질서가 잘 안 잡혀 치리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목회자들이 많을 겁니다.”

임지 교환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단 게시판뿐 아니라 기독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설 홈페이지에서 이와 관련한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임지 교환과 교회 합병 등을 대행하는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개설돼 있다. 여기에 가입된 회원 수는 2200여명이며 이 중 1000여명은 이곳에 3만원의 후원 헌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조건이 맞으면 교인과 구역회, 교단 등의 동의 절차를 밟아 임지를 교환한다. 임지 교환의 이유는 다양했다. 대리운전에 나서야 할 정도로 척박한 교회의 목회자들이 교회를 옮기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교 텃밭’이라고 불릴 만큼 다른 교단의 교세가 강해 더 이상 교회 성장이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다.

또 한국에서 시무하는 목사가 외국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싶어 임지 교환을 요청한다는 글도 올라온다. 임지 교환을 돕는 사역을 하는 B목사는 “담임목사와 장로, 권사 등 교회 직분자들 사이의 갈등 때문에 임지 교환을 하려는 사례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15일 말했다.

교계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임지 교환을 하지 않으면 목회자와 성도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지 교환 글에 적힌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고 임지를 바꿨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게시물 내용이 사실인 경우에도 목회자 교체 이후 교세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임지 교환 이후 양쪽 목회자가 서로 “속였다”며 큰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목회자에 비해 교회 수가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임지 교환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임지 교환 자체가 성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은 “임지 교환이라는 현상은 교회 세속화와 관련이 있다”며 “교회는 첫째로 하나님의 것이고 그 다음은 교인들의 것인 만큼 목회자 개인 사정을 앞세우는 임지 교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