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투자로 100억 잃은 부모… 번개탄 피워 자녀 살해하려다 붙잡혀
입력 2014-01-15 17:06
[쿠키 사회] 선물투자로 100억원대를 잃은 50대 부부가 번개탄을 피워 중학생 아들을 살해하고 동반자살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15일 전남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A씨(50)와 부인 B씨(51)는 지난 10일 새벽 목포 상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들(14)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아들은 새벽 3시가 넘도록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오전 7시 30분쯤 A씨는 화장실에서 피운 번개탄을 잠든 아들 방에 놓고 집을 나왔다. 부부는 무작정 차를 몰고 고흥 등을 배회했다.
A씨는 건설회사에 다녔고 부인 B씨는 은행을 다니다 그만뒀다. 부인은 지난 1999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수익률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친척 등 돈을 맡기는 사람이 늘었다. 처음 3∼4년간은 7∼8%의 수익을 올렸다. 한 투자자에게는 최고 30% 수익까지 안겨줬다.
부인이 돈을 잘 벌자 A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부인 뒷바라지를 했다. 집안일이며 운전 등 개인 비서 역할을 했다. 10여년 동안 인척과 지인들의 돈을 끌어들여 100억원대 주식투자를 했다. 그러나 3년전부터 투자손실이 커져 투자자들에게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여기 저기서 고소를 당했다.
결국 아들을 살해한 뒤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그러나 중학생 아들은 가스냄새를 맡고 잠에서 깨어난 딸(18)에 의해 발견돼 119구급대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입시에 합격한 딸은 이미 성장해 사회에 적응하며 혼자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아들의 방에만 번개탄을 피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동생이 살아있다”는 딸의 연락을 받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살기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4일 나주 모 리조트 주차장에서 이들을 검거했다. 의식을 회복해 건강을 되찾은 아들은 아직도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목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