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결사 자처한 현직 검사의 일탈
입력 2014-01-16 01:33
여성 연예인의 성형 수술비 반환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현직 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 수사를 받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15일 춘천지검 전모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해 사건 경위와 관계인들 접촉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 검사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병행한 검찰은 이날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 검사는 여성 연예인 이모씨를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런데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난 이씨는 성형외과 원장 최모씨로부터 성형수술을 받고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전 검사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전 검사는 서울에서 최씨를 만나 “이씨 수술비를 돌려주지 않으면 병원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씨는 무료로 재수술을 받고 기존 수술비와 추가 치료비 명목으로 1500만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검사는 최씨로부터 자신의 계좌로 1500만원 정도를 여러 차례 나눠서 받은 뒤 이씨나 이씨 측 계좌로 송금했다고 한다. 현직 검사가 해결사 노릇을 한 셈이다. 검찰은 프로포폴 불법 투여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내사를 받고 있던 최씨가 전 검사에게 사건 무마나 선처를 청탁하려 한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 정황이 이런데도 전 검사는 “이씨를 도우려고 했을 뿐이고, 최씨 요청은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과 검사였던 이들의 관계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렇게 돈독해질 수 있을까. 자신이 구속기소한 피고인이 다른 건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검사가 대가 없이 ‘민원 해결’에 나섰다면 누가 믿겠는가. 잘못하면 동티가 날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 ‘과잉 친절’을 베푸는 검사를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검사는 사적으로 사건 관계인과 접촉하면 안 된다. 검찰과 식약처의 내사 대상인 최씨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이유도 아리송하다.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 전 검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