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룰, 당리당략 버리고 대타협 서둘러야

입력 2014-01-16 01:51

졸속합의하려면 현행법대로 치르는 게 낫다

지방선거일이 불과 4개월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선거가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 오리무중이다. 선수들은 벌써부터 뛰고 있는데 경기의 핵심적인 룰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치의 서글픈 현주소다. 여야가 지난번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이 편안한 정치,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하겠다고 그토록 다짐했건만 또다시 공수표를 날린 셈이다.

전국의 출마 예정자들은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기초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정당공천을 받아야 하는지, 받을 필요가 없는지 전혀 방향을 잡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와 6개 광역시 기초의원 출마 희망자의 경우 선거 자체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형국이다. 교육감 출마 예정자도 예전처럼 정당공천 없이 선거를 치를지, 시도지사 후보와의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될지, 또 아예 임명제로 바뀔지 몰라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선거권자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이 민주당에서 제기돼 논란은 더 커지게 생겼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잇단 대표 기자회견에서 큰 가닥이 잡히길 기대했지만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15일에도 여야는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지루하게 장외공방만 벌였다. 여론전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나가기 위해서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최대 쟁점은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공천 폐지 여부다. 정당공천 폐지는 양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위헌 가능성과 이런저런 부작용을 이유로 공약을 폐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군색한 변명이다. 새누리당은 그 대안으로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 도입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하면 성사될 수 없다. 민주당은 중앙당과 국회의원의 이권 내려놓기를 명분삼아 공약대로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양당 힘겨루기의 이면에 선거에서의 손익계산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수도권의 경우 현직 기초단체장이 많아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그들이 재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또 호남에서는 공천을 하지 않는 게 ‘안철수 신당’ 돌풍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새누리당은 정반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지방선거 룰 변경은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고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맡겨서는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 지도부 회동을 통해 대타협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당리당략을 버리고 오직 국리민복을 기준삼아 협상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주고받기 식 졸속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럴 바에는 현행법대로 선거를 치르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