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건강에 나쁜 습관

입력 2014-01-16 01:33


해가 바뀌고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해마다 이 무렵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의지가 약한 것을 탓하는 ‘작심삼일’파 직장인들의 안타까운 한숨소리입니다. 가장 흔한 것은 금연실천계획이 무산돼 다시 담배를 피우는 자신을 책망하는 소리입니다. 이들은 금연선언을 한 지 보름도 안 돼 무너진 자신을 원망하며 담배를 피울 때마다 “끊어야 하는데∼”를 내뱉으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건강을 위해 새해 끊고 고쳐야 할 문제가 어디 담배뿐이겠습니까. 짠 음식을 즐기는 나쁜 식습관 고치기, 스트레스 피하기, 운동 부족 및 비만 탈출하기 등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고 비만도 예방해 보겠다고 등록한 헬스클럽도 이미 여러 날 빼먹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연초 흔히 목격되는 작심삼일 광경 중 하나입니다.

이 모든 건 건강 돌보기를 자기 인생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 흡연, 과음, 과식, 과로,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과 같은 것들이 잘 사는 것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란 얘깁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의사로부터 생활습관이 나쁠 경우 질병에 걸릴 확률, 세상을 일찍 떠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경고를 받고도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의가 필요한 것은 이렇게 나쁜 습관, 잘못된 습관을 조만간 버리거나 바꾸지 못하면 건강을 해치는 못된 것들의 기습이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심뇌혈관질환입니다. 심뇌혈관질환이 생길 경우 두 명 중 한 명은 발병과 동시에 하늘나라로 갑니다. 심뇌혈관질환이 흔히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 또는 죽음을 부르는 시한폭탄으로 비유되는 이유입니다.

보통 암이 무섭다지만 그래도 약 50%는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발병 환자 중 50%가 한마디 말도 못하고 돌연사하는 심뇌혈관질환보다는 나은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진행 단계에서 암을 뒤늦게 발견, 완치가 어렵다고 해도 암 진단자의 경우 죽기까지 몇 달간 주변을 정리할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심뇌혈관질환에 걸리면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비율이 병원에서 사망하는 10%를 포함해 60%에 이릅니다.

의사들은 나쁜 습관만 건강습관으로 바꿔도 이런 심뇌혈관질환의 50%, 암의 50%, 당뇨병의 80%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뜻밖의 재난사고와 회사부도 등 직장인 처지에서 예방이 불가능한 불행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고칠 수 있는 것을 고치지 않고 손놓고 있다가 귀중한 생명을 잃는 불행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건강을 위한 금연계획 등 새해 결심이 잠시 흔들렸다면 지금 다시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경구도 있지 않습니까. 올해는 우리 모두 건강을 해치는 나쁜 습관들과 결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혈압이 높고,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 성분이 많은 사람은 짠 음식을 멀리하고 가능한 한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길들이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를 권합니다. 물론 과음과 과로, 스트레스도 피해야 합니다. 내심 갑자기 병사할 일이 자신에게는 안 생길 것이라 믿고, 설령 생긴다 해도 ‘죽으면 그만’이라며 건강에 안 좋은 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만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이렇게 살다 죽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며 무절제한 생활을 계속하다가 중병을 얻어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진부한 얘기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합니다. 건강관리를 후순위로 미뤄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마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건강습관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면 몹쓸 병이 찾아온다. 몸이 경고하는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새해를 맞은 직장인에게 주는 조언입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