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윤] 의료민영화 논란의 진실과 해법

입력 2014-01-16 01:33


“원격진료와 병원 경영 정상화 필요하나 부작용 예방할 수 있는 정교한 대책 필요”

의료민영화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총파업을 예고했으며, 정부는 파업을 하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의료를 민영화시켜 국민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국민들의 편리한 의료이용과 병원 경영 개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하나씩 짚어보기로 하자.

정부는 동네의원들에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결국 대형병원에도 원격진료가 허용될 테고, 그리 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동네의원은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근거 없는 불신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부가 아직 설익은 원격의료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원격의료가 효과적이고 경제적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제대로 된 시범사업이 필요한 단계에서 전면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원격진료를 통해 고혈압, 당뇨병을 잘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체계적인 관리사업에 대한 계획도 아직 없다. 의료사고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앞으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책이 허술한데 급하게 추진하니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가 의료분야를 유망한 투자처로 생각하는 자본을 대변하는 경제부처에 등을 떠밀려서 설익은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영리 자회사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다. 이는 의료법인 병원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하여 의료관광, 의약품과 의료기기, 편의시설 운영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병원경영이 개선되고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회사 수익을 위해 병원이 환자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기기 등을 권유할 수 있다. 또 병원에서 낸 수익이 영리 자회사로 빠져나갈 우려도 있다. 결국 병원 경영은 거꾸로 악화되고 환자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과연 기우일까?

돈 벌이를 앞세운 사무장 병원 사례를 보면 꼭 기우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싸구려 재료 사용, 환자 유인, 과잉진료와 같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영리 자회사 설립을 둘러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철저한 보완대책 없이는 추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리 자회사의 운영과 재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더불어 부작용에 대한 정교한 규제체계가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영리 자회사 설립이 우리나라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정상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을 건강보험수가가 낮아서 보는 손해를 자회사에서 얻은 수익으로 메우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병원 본연의 임무는 환자를 잘 진료하는 것이다. 병원은 환자 진료를 통해 운영비용과 투자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 진료에서는 손해를 보면서 자회사를 통해 이익을 내라고 하면 본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부업에 정신이 팔릴 수밖에 없다. 병원이 환자 진료에 소홀해지거나 자회사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지나치게 상업화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보다는 건강보험수가를 올려 병원이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이 의료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원격진료와 병원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정교한 대책 없이 이들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합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인 준비와 적극적인 소통에 바탕을 둔 정부의 정책추진을 기대해 본다.

김윤(서울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