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의 시편] 소금으로
입력 2014-01-16 01:32
세상에 소금이 없다면, 바다에 염분이 없다면, 음식의 간이 맞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수많은 생명이 살지 못할 것이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 가운데 민물에 살지 못하는 물고기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사해처럼 염분이 높아도 생명체가 살 수 없지만 염분이 전혀 없는 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도 많지 않다. 인체 혈액에도 염분이 들어 있다. 염분 없는 생명체는 없다. 소금은 육신의 생명뿐 아니라 사회활동의 생명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소금은 경제적 부를 낳기도 한다. 중세의 베네치아는 형편없는 도시였지만 해안에서 나는 소금을 지중해 동쪽 끝 나라로 가져가 물물교환을 하고 다시 유럽으로 운송해 큰 경제 부흥을 일으키고 세계 역사에 빛나는 문화예술을 이뤘다. 노동자 임금을 소금으로 주던 때도 있었다. 임금노동자를 일컫는 영어의 샐러리맨은 노임을 소금으로 준 데서 연유한 것이다.
소금이 없다면 맛이 없는 건 뻔하다. 지나치게 짠 음식도 먹을 수 없지만 싱거운 음식 또한 맛이 없고 쉽게 상한다. 옛날 페르시아의 임금이 자신을 소금처럼 사랑한다는 딸에게 왕위를 주었다고 한다. 소금은 인간의 생명과 삶에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소금이 없다면 세상은 쉽게 부패한다. 오늘날 세상이 부정과 부패와 비리와 거짓으로 얼룩진 까닭은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5:13)고 하셨다. 세상이 썩고 부패해 악취가 나는 까닭에 사람들이 살맛을 잃고 유리방황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신 말씀이다. 그래서 우리더러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처럼 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간간한 맛이 있다. 그 맛이 없는 사람을 싱거운 사람, 인간미 없는 사람, 무미건조한 사람이라 한다. 지나치게 간이 많이 들어 있는 사람을 짠돌이, 구두쇠, 스크루지라 부른다. 나만 아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반면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 살맛나게 하는 사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하나님께 은총과 귀중히 여김을 받는 사람, 역사에 거룩한 흔적을 남겨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사람을 존귀하게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소금 같은 사람이라 한다.
소금이 맛을 내는 조미료가 되고, 부패를 막는 방부제가 되기 위해서는 녹아져야 한다. 녹아져야 소금이지 녹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스스로 찢고 상하여 철저한 자기희생과 드림으로 살아가는 소금 같은 사람이 세상에 가득하면 좋겠다. 살맛나지 않고, 윤리·도덕적 타락이 극에 달해 더 이상 소망 없는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 나부터 소금 같은 사람으로 살고 예수님 닮은 사람이 되면 얼마나 의미 있고 행복할까.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