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지도자에게 듣는다] (3)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 목사·최성규 인천순복음교회 목사
입력 2014-01-16 01:32
“정직과 용서 회복이 과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욕심 버려야”
국민일보가 C채널과 함께 마련한 ‘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의 세 번째 순서로 김학중(꿈의교회) 목사가 박종순(충신교회) 원로목사와 최성규(인천순복음교회) 목사를 만났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역임한 한국교회의 대표적 지도자인 박 원로목사와 최 목사로부터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 세대교체 등 당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사회=김학중 목사>
△김학중 목사=최근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위상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위상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교회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한국교회에 자정능력이 있을까요.
△박종순 원로목사=한국교회는 참 잘 믿습니다. 그런데 바로 믿지를 못합니다. 제 지론이 ‘바로 믿고 바로 살자’입니다. 바로 사는 게 중요합니다.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에 대해 ‘절망이다’ ‘자정능력이 없다’고 하는데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한강에 큰비가 오면 잡동사니가 다 떠내려와요. 그렇게 더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1주일만 지나면 깨끗해집니다. 이게 자정능력입니다. 한국교회도 자정능력이 있습니다. 자정을 위해서는 사람이 변화돼야 합니다. 사람의 변화는 사람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섭리와 성령의 능력으로 이뤄집니다. 너무 무리해서 ‘자정한다’ ‘개혁하자’ 이야기할 필요 없습니다. 조급증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김 목사=한국교회의 당면 과제 중 하나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세대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세대교체 이후 교회 내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최성규 목사=한국교회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급성장했습니다. 나뭇잎이 무성했다 떨어지고 하면서 나이테가 자랍니다. 너무 조급해선 안 됩니다. 정치나 목회나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그 안에 뭔가 해놓으려고 하면 시행착오가 생깁니다. 목회도 욕심을 빼고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넘겨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박 원로목사=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욕심이 많아졌고 자아주장, 자기과시, 자기업적을 내세웁니다. 욕심이 쌓이다 보니 상호 불신이 생기고, ‘나 아니면 안 되고 너는 없어야 되고’ 식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목회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내려놓는 게 참 중요합니다. 내려놓으면 됩니다. 나도 내려가고, 하던 일도 내려놓으면 됩니다. 그런데 내려놓지를 못합니다.
△김 목사=두 분 모두 한국교회 연합 사업에도 헌신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연합기관들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최 목사=박 목사님 말씀처럼 욕심 때문입니다. 목사에게는 세 가지 욕심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명예욕과 물질욕, 이성에 대한 욕심입니다. 그런데 명예욕에 너무 많이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교회 지도자들이 정치에 이용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할 때 한기총 대표회장이 1순위가 됐습니다. 청와대 가는 것을 좋아하고 벼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일들이 생겼는데 이제는 삼가면 좋겠습니다. 한기총이나 NCCK나 단체들에서 몇 사람 모여서 만든 것입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게 아닙니다. 연합기관들이 마치 교단을 대표하는 것처럼 교단에서 할 일을 대신합니다. 연합기관은 교단과 협력하는 것이지 무슨 권한을 갖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고 대표회장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이 벌어집니다.
△김 목사=한국교회에서 내로라하는 교회 중에 온전한 교회가 없습니다. 왜 이렇게 한국교회가 어지러움 속에 있는지,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박 원로목사=한마디로 ‘이것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지도력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도력에는 내가 쟁취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부여하는 게 있습니다. 지도자로서 품위와 품격을 갖추고 따라가고 존경할 만할 때 지도력을 부여합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쟁취하려 할 때 무리가 따르고 파열음이 생깁니다. 지도력을 정돈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지만 지도력을 발휘하기는 어렵습니다. 함량 미달의 지도자들이 기관을 책임지고 일을 맡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도력을 재확인하고 지도력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김 목사=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교회의 교인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박 원로목사=옛날에는 용서하고 이해하고 포용했지만 지금은 각박해졌습니다. 신경과민이라고 할까요. 조금만 건드려도 팍팍 터집니다. 너무 민감하고 조급합니다. 교회 문제도 신령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신령한 접근은 제쳐두고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사고를 하고 똑같이 접근합니다. 걸핏하면 고소하고 고발하고 이런 풍조가 교회 안에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교회나 세상이나 다를 바가 없게 됐습니다. 교회는 세상과 달라야 합니다.
△김 목사=유럽 역사를 보면 교회가 타락했을 때 역사도 몰락합니다. ‘한국교회에 미래가 없다’ ‘이렇게 가면 유럽 교회와 똑같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최 목사=저는 한 과정이라 보지 절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외형상 수치는 떨어졌어도 바른 신앙으로 가는 교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옛날에는 부흥 성장 축복 은혜 같은 단어를 많이 썼는데, 10년 전부터는 나눔 섬김 봉사 같은 단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유럽 교회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저도 유럽에 가면 ‘성전은 큰데 신자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 하면서 흉을 봤는데, 최근 독일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교회 안에는 신자가 많은데 교회 밖에는 신자가 없습니다. 말씀대로 생활하는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독일을 보니 교회 안에는 신자가 없는데 교회 밖에는 다 신자였습니다.
교회 안의 신자가 못자리라면 교회 밖 세상의 논에다 모를 많이 심어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영혼 구원만 하지 말고 사회 구원까지 해야 합니다. 당연히 영혼 구원이 없으면 사회 구원도 없습니다. 그러나 영혼 구원 다음에는 사회 구원으로 가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사회로 나가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쇠퇴기도 아니고 절망적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희망적입니다. 특히 성령운동을 하는 교단과 말씀운동, 제자운동을 하는 교단이 그동안 대립해 왔는데, 각자 한계점에 봉착하면서 서로 배우고 협력하게 됐습니다. 수적으로 계속 성장만 했으면 그러지 못했을 것입니다.
△김 목사=2014년 한국교회의 화두는 일치와 화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위해 실제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박 원로목사=일보씩 물러나야 합니다. 전진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먼저 상대를 이해해야 합니다. 교단이 교단을 이해하고 운동이 운동을 이해해야 합니다. 저는 20년 전부터 말씀운동과 성령운동이 균형을 맞춰야 하며 이게 바람직한 신앙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말씀운동이 장로교 특유의 산물도 아니고 성령운동이 순복음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모든 교회가 공유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서로 이해하고 장점을 받아들이면 원하지 않아도 합일이 도출되고 일치운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최 목사=연합과 일치는 근본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해야 하고 깨끗해야 합니다. 쇠와 쇠를 용접하려면 먼저 쇠를 갈아서 녹을 다 없애야 합니다. 정직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면서 연합과 일치를 위해 기도만 합니다. 기도를 했으면 기도대로 살려고 노력해야 응답이 되고 일치와 연합이 됩니다. 한국교회가 어려운 것은 정직하지 않고 깨끗하지 않아서입니다. 성경으로 돌아가고 성령을 받아서 예수님을 닮아야 합니다.
△김 목사=한국교회 성도들과 교역자들에게 새해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 원로목사=바로 믿고 바로 사십시다. 칭찬은 못 받아도 손가락질은 받지 않도록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현주소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최 목사=하나님의 사랑으로 모든 것이 이뤄졌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계속됩니다. 우리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들도 사랑합시다.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