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업은행법·조세특례제한법·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개혁안 놓고 정부 또 ‘국회바라기’
입력 2014-01-15 02:33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개혁안을 놓고 또다시 ‘국회 바라기’가 됐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한국산업은행 통합안,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설치 등의 과제를 뒷받침할 법안들이 정쟁 속에 해를 넘겨 다시 2월 임시국회 처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6월 지방선거, 국회 상임위원 교체 등으로 법안 처리가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팽배하다.
일단 가장 급한 불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다. 조특법 개정안은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인 경남·광주은행 매각에서 발생할 거액의 세금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친 매각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7일 지주 분할 철회 조건을 ‘분할기일(3월1일) 전까지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반면 경남·광주은행이 지역에 환원돼야 한다는 경남·광주 출신 의원들의 반대가 여전해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14일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2월 임시국회 회기 중 처리한다는 내용을 부대의견으로 문서화해놓은 만큼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만약 불발되면 어떤 식으로든 민영화 작업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7월까지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금소원 설치’도 상황이 바쁘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소원을 분리·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설치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해 이미 시간이 촉박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2월 국회에라도 통과돼야 조직 개편 등 관련 절차를 진행시켜 7월 출범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동양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구체안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남아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상황이 더욱 부정적이다.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정금공) 통합에 대해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박금융공사 설치가 무산된 대신 정금공을 부산에 이전·유치하는 내용의 ‘정금공법 개정안’까지 제출해놓은 상태다. 지역 의원들의 반대가 커지자 대안으로 수협중앙회의 신용·경제 부문을 분리해 수협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또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 역시 쉽지 않다.
이를 놓고 정부가 주요 기관 통합과 같은 예민한 사안을 사전 논의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일단 추진·발표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 통합의 경우 한번 논란을 겪으며 분리했던 것을 다시 통합하는 데 예전만큼의 논의도 없었다”면서 “갈등이 예상되는 예민한 사안들은 사전에 국회와 최소한의 공감대는 형성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