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말 의사들과 정부가 ‘집단 진료거부’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게 됐다. 의사단체가 ‘파업 D데이’로 선포한 3월 3일까지 한달반 협상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작되는 협상=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3시 서울 이촌로 의사협회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가 당정회의를 통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보류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진정성 있는 조치로 판단해 정부와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비대위는 또 ‘대통령 혹은 총리 직속의 의료개혁위원회’를 꾸릴 것과 정부 쪽 파트너로 의료정책 주무부처인 복지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의 참여도 요구했다. 의제로는 ①보건의료정책 개선 ②건강보험 개선 ③전문성 강화 ④기타 의료제도 개선 4가지를 적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그간 의협이 반대해 온 원격의료 및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 정책,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구조 개편과 수가(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으로부터 지급받는 대가) 인상, 전공의 처우개선, 1차 의료 살리기 대책 등이다. 의사들이 불만을 품어온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다루자는 뜻이다.
한달반의 협상을 통해 이 모든 이슈를, 그것도 의료계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가입자단체까지 참여해야 하는 공식 위원회를 통해 합의해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 협상은 의협이 ‘공식적인’ 발표와 함께 복지부에 제안한 ‘1대 1 의정협의체’를 통해 진행될 전망이다.
주요 의제 역시 동네 개원의사들의 이해와 직결된 수가 인상과 대외적 파업 명분인 원격의료·영리자회사 허용 철회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임수흠 의협 협상단장은 “준비만 되면 이번 주말에라도 바로 복지부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명분과 실리 사이=내부적으로 의협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회원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원가보다 낮은 건강보험의 잘못된 보상체계를 고쳐보자”는 욕구가 폭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수가 인상에만 매달리기에는 외부의 시선이 따갑다.
이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의협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의료영리화 저지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의 파업을 적극 지지해준 것이다.
하지만 의협이 ‘원격의료·영리병원 반대’라는 애초의 명분을 버리고 ‘수가 인상’이란 실리를 택하는 순간 당장 이들로부터 비판의 뭇매가 쏟아질 게 뻔하다.
의료계의 이해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대한병원협회는 같은 날 정부의 영리자회사 허용에 대해 “의료법인의 경영난 개선을 위한 조치”라며 적극 환영했다.
협상이 시작되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 시점 역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의료법 개정안이 14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의협은 “정부의 적극적 대화 의지”로 해석한다. 반면 정부는 “정부 스케줄대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영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원격의료에 대한 추가 논의는 국회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의료법 개정안은 예정대로 이달 내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의협·정부 “파국 막자”… 협상시계 돌아가기 시작했다
입력 2014-01-15 03:31 수정 2014-01-15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