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각되는 對中외교] 명실상부 슈퍼파워 차이나… ‘중국통’ 을 키워라
입력 2014-01-15 01:33
최근 갈수록 격화되는 동북아 안보정세와 고질적인 한반도 안보위기 등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한층 다면화된 외교 전략과 이행플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변화된 국제환경에 맞춰 이제는 미국에 편중된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중량감 있는 ‘지중(知中) 인사’를 배치하는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미(對美), 대중(對中) 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키기 위해선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재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중국통’을 키워라=올해 수교 22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그동안 외형상으로나 내적으로나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특히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 나라 관계는 이명박정부에 비해 한층 가까워졌다. 그러나 한·중 관계가 피상적인 발전에 그치지 않고 한 차원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해선 앞으로 중국을 잘 알고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인사들을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대중 외교 전략과 워킹플랜을 입안하고 지휘할 이른바 ‘중국통’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등 외교안보라인에는 중국을 잘 아는 무게감 있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 출범 당시부터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군 출신이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다자통이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 중국 근무 경험이 있는 인사는 외교비서관 정도다. 외교부 역시 마찬가지다. 윤병세 장관과 김규현 1차관,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은 주미공사 또는 북미국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권영세 주중대사 역시 중국 전문가는 아니다.
이 문제는 비단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외교 차관급 인사에 ‘차이나스쿨(중국통)’ 출신 인사를 앉히려 했지만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통 엘리트코스로 북미라인을 밟아오던 인사들이 대중 외교의 전면에 서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물론 이런 문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한반도 분단, 동서냉전 등 이유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는 미국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국제환경은 변했고 우리 정부 역시 미국과 중국 두 슈퍼파워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그 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14일 “우리 외교는 앞으로도 미국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앞으로 한·중 관계에서 우리 국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중국 쪽 인력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도 “중국이 미국의 경쟁상대로 떠오른 게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며 “젊은 인재들이 중국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런 문제는 곧 해소될 것”이라며 “다만 이런 인재들이 정부나 다른 집단에서 원활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중 사이의 협력파트너로서 역할 찾아야=그렇다면 미국 중국 일본 간 갈등과 경쟁, 협력 사안이 첨예하게 교차하는 동북아에서 우리 역할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갈등과 협력 양면적 구도를 가진 미·중 사이의 협력파트너로서 한국을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은 서로 경쟁하거나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상호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부분도 많다”며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일본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적대시하면서 미·중 간 갈등을 키우는 경쟁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미·중 간 경제협력을 이끌어내는 파트너 역할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물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3자 간 경제협력에 기여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해 중국의 판단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함께 긴밀히 공조하면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를 천명한 중국이 미·중 관계를 상호 발전시킬 수 있도록 우리가 인게이지(개입)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한·중 관계의 특수성에서 오는 한계도 엄연히 존재한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궁극적인 전략적 이익은 한·미 양국과는 다르다. 최근 북한을 ‘전략적 자산’ 대신 ‘전략적 부채’로 보는 인식이 늘긴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기본적으로 북한을 미국의 동북아 패권 잡기에 맞설 ‘완충지대(buffer zone)’로 삼고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현상유지+α’라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북한 문제에 대해선 언제든지 한국과 미국, 중국 간에 주요 갈등으로 불거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국립외교원 이지용 교수는 “중국은 북핵에 대해선 원칙적 반대 입장이지만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중국의 대북전략은 바뀌기 어려운 만큼 우리는 한·중 관계를 최대한 강화해서 (북한 문제에 있어서) 우리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