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어쩌다 마주친 박원순·정몽준… 축구 소재 뼈 있는 농담 주고받고
입력 2014-01-15 02:33
6·4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 의사를 천명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이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박 시장이 먼저 ‘시장선거 경쟁’을 암시하는 발언을 던지자 정 의원은 “방심하지 말라”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박 시장과 정 의원은 14일 서울 동작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동작구 신년인사회에 함께 참석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소속 자치구 순회 차원에서 참석했고, 정 의원은 지역구(동작을) 의원 자격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박 시장이 먼저 신년인사 과정에서 농담을 건넸다. 연설 중 객석의 정 의원 쪽을 바라보며 “정 의원이 저보다 확실히 잘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축구”라며 “이런 멋진 분하고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도 인사 차례가 되자 박 시장의 ‘경쟁’ 제안에 농담조로 화답했다. 그는 “박 시장이 나에게 축구 하나만큼은 잘한다고 해서”라고 운을 뗀 뒤 “학창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는데 스포츠맨십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아했다”며 공정경쟁 의사를 드러냈다. 이어 “우리말에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고 했다. 내가 축구만 잘하겠나? 농구·야구도 잘하는데, 이번에 일도 열심히 잘한다고 해서 서울시민을 위해 봉사를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왜 안 했겠느냐”며 출마 검토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정 의원은 한술 더 떠서 박 시장에게 충고까지 했다. 그는 “내가 시장 선거에 안 나간다고 하니까 시장님이 너무 방심하시는 것 같은데 계속 시정 활동을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 의원의 발언이 전해지자 새누리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방심 금물’에 방점을 찍고 출마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 반면 ‘안 나간다’에 집중해 불출마 재확인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만약 출마 가능성이 있다면 불출마 시사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무관치 않은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정 의원의 경륜과 혜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출마를 촉구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