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우리도 뛴다] (7) 스노보드
입력 2014-01-15 01:32 수정 2014-01-15 15:25
메달권 보인다… 불꽃 묘기·스피드 장전
스노보드는 스키를 밀어내고 겨울 스포츠의 왕좌를 차지했다고 할 만큼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젊은이들은 스키보다 스노보드를 즐긴다. 하지만 실력이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한 선수는 지극히 적다.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올 시즌 스노보드 선수 2명이 잇따라 월드컵에서 톱10에 들면서 소치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주인공은 하프파이프의 김호준(24·CJ제일제당)과 평행회전의 신봉식(23·고려대)이다. 한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1호인 김호준은 지난 12월 핀란드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루카 대회에서 9위에 올랐고, 기대주 신봉식은 13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FIS 월드컵 바드 가슈타인 대회에서 10위를 차지했다.
스노보드 종목 중 하프파이프는 파이프를 절반으로 자른 모양의 슬로프를 내려오는 동안 양쪽 벽을 오가며 점프와 공중회전 등 고난도의 기술을 펼쳐는 프리스타일 경기다. 다이내믹한 스노보드의 공중 묘기를 만끽할 수 있는 종목으로 5명의 심판이 기본동작·회전·기술난이도·착지·테크닉 등 5부문을 하나씩 전담해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합산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김호준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스노보드 종목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 출전한 선구자다. 초등학교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10위, 2008년에는 5위에 오르는 등 주니어 시절부터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한국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올림픽에선 긴장감 때문에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번 소치올림픽에선 결선 진출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김호준은 월드컵 루카 대회 직후 “어깨 부상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연습했던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넘어지면 절대 안된다는 생각으로 더욱 집중해서 완벽하게 타려고 노력한 게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소치올림픽에서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스노보드 평행회전은 기문(旗門·게이트)으로 표시한 코스를 두 선수가 나란히 출발해 속도를 겨루는 경기로 이번 소치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신봉식은 속도를 겨루는 알파인 스노보드 사상 처음으로 톱10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신봉식은 당초 이번 바드 가슈타인 대회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예선에서 두 차례 레이스 합계 53초57을 기록하며 7위에 올라 16강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선에서 밴쿠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칼 벤야민(오스트리아)에 아쉽게 패하면서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전체 10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신봉식은 “지난해부터 참가한 여러 월드컵 대회에서 참혹한 결과를 내 점점 자신감을 잃고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지만 코치님 격려로 포기하지 않은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면서 “한국 알파인 스노보드 사상 최초의 올림픽 출전을 이루고,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설상 종목 첫 메달리스트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