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갈등 칼부림 20대 집유 파기 실형 선고… ‘버럭 세태’에 법원 잇단 경종

입력 2014-01-15 01:37

소음문제로 다투다 고시원 옆방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른 스무 살 청년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실형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집행유예를 선고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 1심을 파기한 판결이다. ‘층간소음 살인 사건’에 이어 법원이 이웃 간 갈등으로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는 세태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도 안양시의 한 고시원에서 살던 이모(35)씨는 지난해 1월 바로 옆방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김모(20)씨 때문에 잠을 설쳤다. 새벽 4시30분쯤 시작된 통화소음이 30분 정도 이어지자 이씨는 참지 못하고 김씨를 불러냈다. 이씨는 예전부터 김씨가 내는 소음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이씨는 김씨에게 “저번에도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지”라며 욕설을 하고 슬리퍼로 김씨의 머리를 때렸다.

화가 난 김씨는 이씨를 밀어 넘어뜨린 후 주방에서 과도를 가져왔다. 과도를 허리춤에 숨긴 후 이씨와 말다툼을 이어갔다. 김씨는 이씨에게 머리채를 붙잡히자 순간적으로 격분해 과도를 꺼내 이씨의 가슴과 등을 수차례 찔렀다. 김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김씨의 죄질은 불량하지만 김씨가 대학 입학이 예정된 어린 나이인 점을 고려하면 학업의 기회를 줘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게 옳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규진)는 “피해자가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김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야간학교에 다니며 성실하게 생활한 점은 인정되지만 고시원에서 소음문제로 다투던 중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사건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같은 법원 재판부는 지난 9일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집에 불을 질러 2명을 살해한 임모(73)씨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도시화로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면서 이웃이 화풀이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며 “같은 아파트나 고시원 주민들이 모여 소음 문제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등 공동체 문화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