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융지주 회장들 “비은행부문 강화” 합창한 속뜻은
입력 2014-01-15 02:32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새해 들어 한목소리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은행에 편중된 ‘외벌이’ 수익 구조로는 금융지주 존립이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경영비전 발표에서 “2025년까지 현재 11.4%인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며 투자은행(IB) 업무와 보험사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 역시 “비은행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구조 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올해 대우·동양·현대증권 등 인수전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은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을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NH농협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은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해 금융 선두권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지주회장들이 앞다퉈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부문 수익을 늘리겠다고 나선 것은 은행 수익이 줄면서 더 이상 은행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우리·신한·하나·KB금융지주의 순이익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3.8%에 달했다. 우리금융은 93.6%, 하나금융 90.4%, 신한금융 64.9%, KB금융지주 64.6%였다. 은행 비중이 2012년(80.7%)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비은행 부문 수익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은행 순이익이 평균 43%나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4년 전 금융지주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은행 과편중 현상이 개선되지 않자, 금융지주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14일 “지주는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며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주라고는 하지만 수익 등 많은 부분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업무 분장이나 대내외적 직위 등에 있어 오히려 지주와 은행 대표 사이에 갈등 요소를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주사 내 자회사들이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매트릭스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룹 전체 업무를 은행, 증권, 보험 등 회사별로 구분하지 않고 기업고객 업무, 소매고객 업무, 기관투자 업무 등 고객별 사업단위로 나눠 산재된 역량을 통합해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신보성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개별 조직을 중심으로 보는 고착화된 생각과 자회사 간 임원 겸직이 안 되는 등의 문제로 인해 매트릭스 조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기업 또는 개인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시너지를 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