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블록버스터급 ‘성경 영화’ 쏟아진다

입력 2014-01-15 02:32


브래드 피트가 본디오 빌라도를 연기한다. 러셀 크로는 노아의 방주를 타고 항해한다. 크리스천 베일은 히브리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모세가 된다. 미국 할리우드가 톱스타를 대거 동원한 블록버스터 성경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할리우드가 성경 이야기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달 28일 미국 전역에서 ‘하나님의 아들(Son of God)’이 개봉된다. 지난해 케이블TV 히스토리채널에서 10부작으로 방송한 미니시리즈 ‘더 바이블’ 중 예수의 일대기 부분을 영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배우 디오고 모르가도가 예수 역할을 맡았다.

‘더 바이블’은 매회 1000만 명 이상 시청해 방송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제작자 마크 버넷은 ‘데일리 비스트’와 인터뷰에서 “황금시간대에 성경 이야기를 방송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모두들 말렸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기독교인 시청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더 바이블의 성공은 할리우드가 성경 영화 제작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러셀 크로가 주연을 맡은 ‘노아(Noah)’는 3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개봉된다. 앤소니 홉킨스,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등 출연진도 쟁쟁하다. 1억3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동원해 할리우드 최고의 특수효과로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 등 창세기의 시대를 재현한다.

‘엑소더스(Exodus)’에서는 ‘배트맨’의 주인공 크리스천 베일이 모세를 연기한다. 올 성탄절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주인공으로 한 ‘마리아-그리스도의 어머니(Mary, the mother of Christ)’도 개봉될 예정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밖에도 윌 스미스가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있고, 브래드 피트는 ‘본디오 빌라도’의 주연을 맡았다.

할리우드가 이처럼 성경 이야기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배트맨’ ‘스파이더맨’ ‘슈퍼맨’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웅담에서 벗어나 새로운 흥행 소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조현기 부집행위원장은 “미국에서만 7000만∼1억 명의 기독교 관객이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독교 우파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와 달리, 지금은 대중들도 기독교적 소재에 심리적 거부감이 없다는 점도 할리우드가 성경영화 제작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달라진 시대상황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제작자 버넷은 “금융위기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신앙을 찾고 있다”며 시대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다른 제작자 로마 다우니는 “영화 ‘십계’를 본 아이들이 ‘형편없다’고 얘기해 첨단 특수효과에 익숙한 세대를 위해 성경을 다시 영화화하면 강력한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성경의 인물을 할리우드식 슈퍼히어로로 묘사하거나, 성경의 진정한 메시지인 사랑과 구원보다 전쟁과 복수 같은 자극적 볼거리에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 최근 할리우드에서 제작했던 성경 영화들이 급진적 해석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지금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들은 정통적 해석에 충실하다. ‘노아’의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뉴욕의 기독교인을 상대로 시사회를 연 뒤 관객의 지적을 받고 내용 일부를 고치기까지 했다.

조 부집행위원장은 “국내에서도 기독교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며 올해 개봉될 ‘신이 내린 삶’ ‘시선’ 같은 작품에도 관심을 당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