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권한 강화 새 헌법 국민투표
입력 2014-01-15 01:35
임시정부 체제인 이집트에서 이슬람주의 약화, 군부 입지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새 헌법이 14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새 헌법은 서문에 ‘민간 정부’라는 표현을 명시했다. 이슬람 국가 수립을 원하는 세력을 정치로부터 떨어뜨려 놓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법의 근간으로 한다는 조항은 남기되 세부 규정은 삭제했다.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의 역할도 지웠다.
이슬람교 등 종교를 기반으로 한 정당은 설립할 수 없게 했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대한 표현은 ‘보호받는다’에서 ‘절대적이다’로 강화했다. 국가가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개헌 추진은 무함마르 무르시 전 대통령이 2012년 12월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킨 헌법을 다시 손질하는 것이다. 이슬람을 국교로 규정하는 등 이슬람주의를 강화하고 여성 인권 등은 도외시한 당시 개헌은 무르시 퇴진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새 헌법은 대통령이 향후 8년간 국방장관을 임명할 때 군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게 했다. 국방장관은 군 출신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군 예산은 승인 주체를 명시하지 않아 민간 감시를 받지 않게 했다. 민간인이 군사시설이나 군인을 상대로 폭력을 쓰면 군사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다수 국민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 그동안 바라던 서구적 세속주의 국가로 가는 발판이지만 군부 강화까지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임시정부를 장악한 군부가 정치에 계속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군부 수장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투표 결과에 따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상당수 이집트 유권자는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때부터 수년간 계속된 정국불안을 종식시키려면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