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냉전 이후 첫 美 언론인 추방
입력 2014-01-15 02:31
러시아가 모스크바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언론인을 추방했다. 냉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의회의 지원을 받는 ‘라디오프리유럽/라디오리버티(RFE/RL)’의 고문인 데이비드 새터(66)는 지난달 25일 크리스마스에 추방 통보를 받았다. 비자 갱신을 위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머물던 중이었다.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는 “결정권을 가진 기관은 당신이 러시아연방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정했다”는 내용의 준비된 문서를 읽어줬다. 가디언은 ‘권한을 가진 기관’은 바로 연방보안국(FSB)이고 이런 추방 통보는 주로 스파이 사건에 쓰인다고 전했다.
마이클 맥폴 러시아 주재 미 대사는 러시아 당국에 항의와 함께 추방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러시아 측은 거부했다. 서방 언론인의 추방은 냉전시절 러시아(옛 소련)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새터 이전 마지막으로 러시아에서 추방된 미국 언론인은 1982년 뉴스위크의 지국장 안드레이 나고르스키다.
새터는 자신의 추방이 99년 아파트 연쇄 폭발 사건에 대해 쓴 저서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당시 러시아 당국은 체첸 반군의 소행이라고 발표했지만 새터는 FSB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에서도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와 전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같은 주장을 하다 살해된 바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