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아프리카서 ‘쩐의 전쟁’… “돈 자랑 말라” 서로 비난
입력 2014-01-15 02:31
새해 벽두부터 나란히 아프리카 외교전에 뛰어든 중국, 일본이 급기야 서로 상대국 외교를 폄하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외교상 결례까지 무릅쓰며 신경전을 펼치는 이유는 그만큼 아프리카 주도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다. 중국은 20년 전부터 아프리카에 아낌없이 투자해 온 반면 일본은 뒤늦게 그 경제적 가치를 알아보고 열렬히 구애 중이다.
◇‘환심 외교’ vs ‘정치적 야욕’=다니구치 도모히코 일본 내각 심의관은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아프리카 순방과 관련, “아프리카 투자 면에서 일본이 중국에 한참 뒤처진 건 맞다”면서 “하지만 일본,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아프리카 지도자에게 호화로운 주택과 건물을 안겨주며 환심을 사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6일 에티오피아를 방문, 이곳에 본부가 있는 아프리카연합(AU) 건물을 지어주기로 약속한 것을 겨냥한 비판이었다.
중국은 주로 주택이나 주요 국제기구 건설을 통해 아프리카를 지원해 온 터라 ‘메이드 인 차이나’ 빌딩을 아프리카 전역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니구치 심의관은 “일본은 아프리카에 산업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중국 원조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에 왕이 부장은 “중국의 아프리카 원조에는 사심이 없다”며 “오히려 일본의 원조가 정치적 포석이 다분하다”고 맞받았다. 그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정치적인 이득을 바라고 원조를 하는 ‘어떤 나라’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은 일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지지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쩐의 전쟁’…누가 이길까=공방은 둘째 치고 양국이 이번 순방에서 아프리카에 쏟아부은 ‘쩐의 전쟁’도 볼 만하다. 왕이 부장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에티오피아, 지부티, 가나, 세네갈 등 아프리카 4개국을 돌며 중국과 아프리카가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과의 경쟁을 의식한 듯 가나에서는 한 차례 미뤘던 30억 달러 차관 지원에 서명했다. 세네갈에선 3억 달러 박물관 건립 현장을 둘러봤다. 중국은 향후 2년간 아프리카 지원 총액을 200억 달러(약 21조200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10일부터 코트디부아르, 모잠비크, 에티오피아를 순방 중인 아베 총리는 각기 정상회담을 갖고 수백억원의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13일 마지막 순방지인 에티오피아에서는 얼마 전 남수단에서 발생한 분쟁을 피해 넘어오는 난민 대책에 116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도 피난민 지원 등에 8340만 달러의 ‘통 큰’ 지원을 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6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개막 연설에서 “5년간 아프리카에 320억 달러(약 3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1990년 초부터 아프리카에 투자해 온 중국이 주도권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2000∼2011년 중국의 아프리카 지원 총액은 750억 달러에 이르고, 단순히 돈뿐 아니라 도로·항만 인프라 구축과 교육·의료 원조까지 다방면에 걸쳐 교류가 긴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개발원조(ODA)에 있어 노하우가 뛰어난 일본의 저력도 만만찮아 중국이 긴장해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