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고백하고 참된 나를 찾으세요

입력 2014-01-15 01:34


인간이란 무엇인가/폴 투르니에 지음, 강주헌 옮김/포이에마

우리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순된 감정’이 혼재하는 걸 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소극적인 사람이 공동체 생활을 갈급해하는가 하면, 겉으로는 사교적인 사람이 견디기 힘든 내면의 고독을 벗어나기 위해 소용돌이 같은 사회에서 침묵을 찾기도 한다. 또 자신감 넘쳐 보이는 사람이 타인 앞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두려움에 가득 차 있기도 하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어떤 모습이 나의 실제인가.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래서 부제도 ‘타자와 자기 이해로 이끄는 가장 근원적인 물음’이다. 책은 거짓된 일상, 가식, 왜곡된 이미지를 버리고 ‘참된 자아’를 찾아간다. 그 길의 안내자가 정신과 의사로 ‘20세기 기독교가 가장 사랑한 상담가’로 불리는 폴 투르니에다.

이 책의 프랑스어 원제를 그대로 옮기면 ‘등장인물과 실제인간’이다. 저자는 삶을 우리 각자가 배우처럼 어떤 역할을 맡아 하는 연극으로 봤다. 각자가 만들어 내거나 다른 이들이 우리에게 강요한 역할을 잘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연극을 의미한다. “이런 교육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며, 학교에 입학하면서 더욱 강화된다. 어떤 의미에서 학교는 모든 인간을 획일화하는 거푸집이다. 독창적이어서 그런 거푸집을 거부하는 아이는 골칫덩이가 된다. 다른 아이들은 착하고 얌전한 학생 역할을 하는 반면에 그 아이는 골칫덩이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51쪽)

그래서 인간은 역할로 무대에 오르는 ‘등장인물’인 거다. 때문에 등장인물은 마치 실제 내 모습 같기도 하다. 즉 우리는 내면 깊숙이 실제의 모습을 감춘 채 겉으론 내가 아닌, 연극 속 등장인물로 살고 있는지 모른다.

저자는 책에서 여러 등장인물과의 상담을 통해 실제 나를 찾도록 한다.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대신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에 집중한다. 여기서 필요한 게 ‘대화’다. 그는 “자기성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로도 우리는 실제인간에 다가갈 수 없다”며 “타자와의 관계, 즉 대화를 통해 자주적인 자아가 된다”고 말한다. 대화는 두 사람 간의 관계를 확립하는 수단이다. 단 대화할 땐 정직하고 솔직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아는가? 하나님은 등장인물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나님은 실제인간을 향해 곧바로 다가오시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경 속에서 대화의 해법을 찾는다. “성경은 하나님이 말을 걸었던 인간, 하나님이 귀를 기울여주었던 인간의 책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경은 대화다.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살아 있는 대화의 연속이다.”(249쪽)

실제인간, 참된 자아를 찾으려면 하나님과 살아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의 방법은 ‘기도’다. “하나님께 고백해야 하는 것을 하나님께 숨김없이 말하라. 또 하나님이 나에게 순전히 개인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귀담아 들으라. 그런 대화가 있어야 내가 실제인간, 즉 자유롭고 책임 있는 사람이 된다. 그래야 하나님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바로 신앙이다.”(252쪽)

실제인간은 우리 삶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이다. 실제인간은 하나님이 결정하신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이다. 그 힘에 의해 우리는 약간의 일탈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명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초월적인 하나님의 도우심만이 실제인간을 깨워 활짝 꽃피울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스스로를 “의사, 심리요법 의사, 영성 지도자로 일하고 있지만 나는 ‘영혼 치유자’라는 사명에 가장 의욕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타인을 치유하는 데는 ‘약’만 갖고 안 되는 또 다른 처방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그래서 저자는 ‘인격의학’을 주창하며 심리학과 성경적 기독교의 통합을 적극 시도했다. 의술과 인간이해, 신앙이 결합해야만 전인적인 치유가 가능하다는 진리를 많은 동료 의사, 상담가들에게 전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