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임만호 (16) ‘창조문예’ 18년 결간 없이 롱런… 이는 주님 은혜

입력 2014-01-15 02:31


직원의 보고를 받고 반신반의하며 전화를 걸었다. 불황을 틈타 우리 출판사를 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저희 책이 필요하다고 말씀 들었습니다.” “저는 전집물 월부 판매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반즈 주석이 좋으니 250세트를 주십시오. 대금은 은행 어음으로 결제하겠습니다. 책은 2∼3일 내로 가져가겠습니다.” 계산해 보니 5400만원이었다. 부피로는 대형 트럭 한 대 분이었다.

‘저 사람이 분명 보름 안에 다시 올 것이다.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 마당에 전집 판매가 가능하겠는가.’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반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15일, 1개월, 6개월이 지나도 전화가 없었다. 책자 대금은 연 27%까지 치솟은 이자 부담의 숨통을 틔워줬다. 이자만 월 600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전화는 2년 뒤에 왔다. “임 사장님, 몇 년 전 주석 전집을 가져간 사람입니다. 책을 반품하려고 합니다.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쪽 직원이 주석 전집 20세트를 가지고 왔다. 현찰로 되돌려주려는데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이 그 가격만큼 크리스챤서적에서 나온 책으로 가져오라고 합니다.” “예?” 결과적으로 얼굴도 모르던 그 사장을 통해 회사는 IMF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출판사를 정말 살려주시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창조문예’는 현재까지 18년 동안 한 호도 결간 없이 204호를 발행했다. 4만5000부를 국내외에 보급했다. 장르별로 242명의 기독 작가를 배출했으며, 8000여편의 작품을 게재했다. 국내 작가 8명과 일본 작가 1명에게 창조문예 문학상을 시상해 국내외 기독문학 발전을 도모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매월 4회 이상 기성작가와 신인작가 교육을 실시했다. 그동안 400여종의 문학 서적을 발간했고 문서 선교를 위해 군부대, 지하철 도서실, 미자립 교회, 교도소 등에 3만여권을 무료로 보급했다.

38년 동안 작지만 탄탄한 기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몇 가지 방침 때문이다.

첫째, 직원을 한 번 채용하면 내가 퇴사시켜본 일이 없다. 나와 입사하는 직원의 목표가 같아지도록 노력했으며, 직원의 잘못을 내 책임으로 생각했다. 혹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직원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다른 곳에 가서 어려움이 있으면 다시 돌아와라. 출판, 특히 문서 선교의 뜻이 좋지 않은가.” 그렇게 떠났다가 돌아온 직원이 여러 명 있다. 두 번을 퇴직했던 직원이 돌아와 10년 넘게 같이 일한 경우도 있다.

둘째, 38년 동안 직원들의 월급날을 넘겨본 일이 없다.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약속은 꼭 지켰다.

셋째, 평생 관계를 지키는 것이다. 출판업무 때 우리 사무실에서 직접 편집 교정 디자인을 하고 인쇄 제본 지류 등은 외부 업체에 맡긴다. 이런 외부 거래처는 물론이고 은행, 세무사까지 모두 30년 이상을 같은 곳과 거래하고 있다. 이것 또한 나의 사업 방법이며 고집이라 할 수 있다. 평생 친구관계, 교회, 신문 구독도 20년에서 40년까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나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격언을 좋아한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 한 가지 일을 시작하는 것 또한 소중한 일이며 만나는 사람의 장점을 찾아 인연을 맺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추운 날에는 옷을 더 입고 더운 날에는 그에 맞게 얇은 옷을 입듯 매사 상황에 맞게 적응하며 산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