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만㎞ 떨어진 달 탐사차, 지상서 원격 조종… 창어 3호 계기 살펴본 中 우주개발 내용과 전망
입력 2014-01-15 01:31
지난 6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北大廳).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이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달에 사는 선녀) 3호 발사에 참여한 과학자 격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들 7명은 서열 순으로 식장에 들어서면서 과학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창어 3호는 지난달 2일 발사된 뒤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달 탐사차인 위투(玉兎·옥토끼)호가 달 표면에 발자국을 새겼다면 중화민족의 비범한 창조력은 인류문명 발전의 빛나는 역사에 새겨졌다”고 말했다. 중국과학원은 창어 3호가 새로 보내온 사진들을 지난 10일 추가 공개했다.
중국의 우주굴기는 눈부시다. 정부가 우주개발을 국가발전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우주개발 사업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눠진다. 달 탐사 외에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공정과 우주정거장 사업이 있다. 중국 우주개발의 현주소와 미래를 살펴본다.
◇창어 3호와 달 탐사 프로젝트=창어 3호에 실려 달 표면에 내려진 위투는 6년에 걸친 노력 끝에 100% 중국 기술로 개발됐다. 위투는 달과 38만㎞ 떨어진 지상에서 원격 조종한다. 이는 중국 우주개발 역사에서 처음이다.
위투에 설치된 카메라가 주변 환경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전송하면 지상요원이 3차원 입체 사진을 구성한 뒤 몇 ㎝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경로 계획을 세운다. 기존의 달 탐사 임무에서 관측제어통신이 무선전신이었던 것과는 다르다. 더욱이 광속 조정 등을 통해 위투에 대한 고정밀도 위치 지정을 하는 신기술을 확보했다.
위투는 밤에는 휴면 상태에 진입하며 해가 뜨면 깨어나 작동한다. 설계 수명 3개월 동안 탐사 활동을 하면 임무는 끝난다. 창어 3호의 성공은 달 탐사 공정 3단계 가운데 2단계(달에 착륙하는 단계)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달 탐사선 샘플채취 및 귀환을 위한 3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3단계는 창어 5호가 수행할 예정이다.
달 탐사 공정 책임엔지니어 우웨이런(吳偉仁)은 지난달 18일 ‘과학자와 언론 면담회’에서 “2017년 발사 예정인 창어 5호는 달에서의 이륙, 고속 귀환 등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창어 3호의 경우 연구개발 과정에서 엔진 열·에너지 제어기술과 연소기술을 획득했다. 이들 기술은 석탄화학공업, 정유공장 등에 사용될 뿐 아니라 유해물질의 대기 배출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선저우 공정, 우주정거장=현재까지 중국의 우주개발 분야 위상은 세계 3위. 창어 3호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고 유인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의 도킹 역시 세계 세 번째였다. 중국은 2011년부터 매년 20개 안팎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2015년까지 100개 이상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돈의 힘’을 앞세워 미국과 러시아를 따라 잡을 기세다.
중국의 우주사업 세 분야 가운데 우주선 프로젝트인 선저우(神舟) 공정은 그 규모가 가장 크다. 1999년 11월 무인우주선 선저우 1호를 발사, 유인우주선 발사를 위한 실험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 뒤 2003년 10월 마침내 최초의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가 올라갔다. 이에 따라 첫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가 배출됐다. 2012년 6월에는 네 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가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와 자동 및 수동 도킹에 성공했다. 첫 여성 우주인 류양(劉洋)은 이때 탄생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배제된 뒤 2011년 9월 자체 개발한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에는 톈궁 3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2020년쯤에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 무렵 미국과 러시아의 국제우주정거장은 수명을 다하게 돼 중국이 유일한 우주정거장 운영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유럽과 공동 협력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주개발 기술의 군사적 이용=우주개발 기술은 언제든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까지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대표를 지낸 이춘근 박사는 이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즉 우주 공간에서의 감시정찰 기능, 항법 유도 장치, 직접 타격이 그것이다.
그는 “우주정거장과 우주선의 도킹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은 우주공간에서 위성을 쏘아 격추시키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구에서 300∼400㎞ 떨어진 고도에서 총알보다 10배 빠른 초속 8㎞로 도는 우주정거장(톈궁 1호)에 우주선(선저우 8·9·10호)이 도킹한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 경우 우주에서 궤도를 바꾸거나 가속 등을 해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필요하면 우주정거장에 무기를 탑재해서 직접 쏠 수도 있다. 이때 우주 레이저도 무기로 쓸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의 베이더우(北斗) 서비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이용될 수 있다. 중국은 정밀 타격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접근을 막기 위해 우주 자산을 활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고도 20∼100㎞ 범위에서 운항할 수 있는 근(近)우주비행체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