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2) 겨울 패션의 운치
입력 2014-01-14 01:34
사시사철이 여름인 나라에 살다보면 겨울 패션이 내뿜는 아우라가 실존한다는 것을 느낀다. 두둑한 겨울 옷차림을 달가워하지 않은 까닭은 부피가 활동성을 해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옷이 두꺼우면 행동에 제약이 생겨 모양을 부리기가 귀찮다. 그러나 몸을 감싸 안은 겨울 차림이 분위기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다란 코트 위로 흐르는 머플러는 목을 보호하는 동시에 옷차림에 불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어 준다. 털실로 짠 뜨개 목도리는 따뜻한 손맛으로, 산뜻한 빛깔로 물든 합성 소재의 니트 목도리는 유행 감각을, 촉감이 뛰어난 캐시미어 목도리는 부드러움으로 겨울 패션을 완성시킨다.
그런가 하면 외투는 몸에 각을 잡아줌으로써 흐지부지한 실루엣을 매끈하게 다듬는 교정자 역할을 한다. 또한 겨울 차림에서 돋보이는 것이 회색인데 그 깊이 있는 멋스러움은 세월을 의식하지 않는다. 물론 회색이 명랑한 색상은 아니지만 상하의의 톤을 달리 한 회색은 감(感)이 풍부하다. 겨울의 멋은 평소 손이 잘 가지 않는 강렬한 원색도 거침없이 포용한다. 추위는 드센 빛깔을 흡인력 있게 둔갑시키는 마술을 부린다.
겨울을 나는 길목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 절대적인 것은 부츠다. 치마 아래 긴 부츠를 신으면 무릎을 가려 다리가 조금은 더 길어 보인다. 멋을 아는 사람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한결같이 겨울이 요구하는 옷차림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매서운 칼바람을 가르는 겉옷 자락의 힘찬 숨소리가 아름답지 않은가?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