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핵도 이란 핵처럼 해결할 수 없나
입력 2014-01-14 01:50
남북한·미·중 정상 접촉으로 근본 해법 찾자
이란과 북한은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나라다. 세계 최강국의 대표적인 적국이었다. 두 나라가 미국과 주요 서방국들의 강력한 반대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이 핵 포기를 실천에 옮기면서 북한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로서는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니다.
이란과 주요 6개국(P5+1)이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타결한 핵 합의를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오는 20일부터 6개월간 20%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제거하고 농축에 필요한 기반시설 일부를 해체한다. 동시에 미국은 42억 달러에 이르는 이란의 해외자산 동결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게 된다. 아직은 초기 이행 단계여서 진행 과정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란이 핵 포기의 길을 계속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북한 핵 문제는 왜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걸까.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진전도 북한의 핵 포기가 출발점이다.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 강화 병진 노선을 추구하며 국제사회와의 핵 협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리가 주변 강대국들을 상대로 핵 외교를 한층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핵 개발을 체제 유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핵실험 도발과 대화 제의를 번갈아가면서 몸값을 올리는 전략이다. 2006년과 2009년, 2013년 세 차례의 핵실험으로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많은 제재를 받고 있으나 선군 유일체제는 흔들림이 없다. 대북 제재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일각의 관측대로 올 봄에 4차 핵실험이라도 할 경우 유엔이 또 추가 제재를 하겠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북핵 문제의 키는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데다 북핵 불용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이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이란 핵 문제 해결의 단초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에서 마련되지 않았던가.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에게 모든 걸 맡겨놓을 때가 아니다. 부지하세월일 수밖에 없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최고지도자 간 직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모두가 통일론에 빠져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급변사태로 통일이 크게 앞당겨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도 한몫했다. 당연히 통일도 대비는 해야겠지만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