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한길 대표의 혁신 약속 조속히 실행돼야

입력 2014-01-14 01:41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3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 내용의 핵심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앞서 환골탈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보다 떨어지는 데다 텃밭인 호남지역 민심마저 안철수 측으로 기운 형국이다. 더욱이 안철수 측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모두 낼 경우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지역은 극소수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 위상이 급격히 추락해 존립 여부가 관심사로 대두될 수도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김 대표가 “민주당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김 대표는 다양한 처방을 내놓았다. 우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이후부터 최근까지 보여 온 투쟁 위주의 행태를 바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얘기다. 또 북한 인권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인권민생법을 당 차원에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보를 믿고 맡길 수 없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민주당 정책연구원 내에 ‘실버연구소’를 설치해 종합적인 노인복지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데에는 노인들 표를 조금이라도 더 얻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지방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지만 방향은 긍정적이라 하겠다.

제2 창당의 각오로 정치 혁신을 단행해 지방선거에서 정면 승부를 겨루겠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분파주의 극복, 소모적인 비방과 막말 금지를 통한 고품격 고효율 정치 구현, 투명한 상향식 공천과 개혁 공천 등 사활을 건 고강도 혁신운동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선거 때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앞장서서 주도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바람직한 다짐이다. 다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측의 경쟁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줘선 안 된다고 언급함으로써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겠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건 아쉬운 대목이다. 민주당은 안철수 측과의 인위적인 선거 연대에 급급해하지 말고 당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연대에 매달릴수록 민주당의 존재감은 희박해질 뿐이다.

남은 건 실천이다. 김 대표는 비주류다. 민주당의 주류는 강경파들로 분류된다. 김 대표가 예전에 천막노숙의 길거리 투쟁을 선도한 것을 놓고도 주류에 휘둘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없지 않았다. 김 대표가 당내에서부터 강한 리더십, 설득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지방선거 승리는 민주당이 얼마나 변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김 대표의 말에 공감한다. 김 대표의 혁신 약속이 어떻게 이행되는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