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사 고액연봉 깎겠다더니 어물쩍 넘어가나

입력 2014-01-14 01:33

금융감독 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4대 금융지주사와 은행 임원들의 불합리한 연봉체계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자 금융사들은 앞다퉈 임원 급여를 반납하고 연봉을 깎겠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금융사 실적이 엉망인데도 실적과 무관하게 지주사 회장들이 20억∼30억원씩 연봉을 받아가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따가운 비난을 의식한 때문이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임원 연봉의 10∼30%를 깎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던 4대 금융과 은행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들 금융사에 지난 연말까지 성과보상체계 개선안을 내라고 했지만 자구계획을 낸 곳은 지방은행 1곳뿐이라고 한다.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은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 등 불미스러운 일로 성과급 지급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자 성과급 반납 의사를 밝혔지만 지금까지 안 냈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금융권의 파렴치한 술수에 온 국민이 우롱당했다.

CEO가 뛰어난 경영능력을 갖춰 실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면 연봉 수십억원을 준들 아깝지 않을 것이다. 민간 금융사 경영에 감독당국이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문제는 은행 순이익이 줄어드는데도 CEO 월급은 계속 올라가 은행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순이익은 3년 만에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2조원대,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은 1조원 안팎이 예상되는데 31조원대 순이익을 올리는 삼성전자의 상당수 임원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으니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 자리가 대통령 측근이나 경제 관료들의 낙하산 암투장으로 변질된 것도 고액 연봉 탓이 크다. 낙하산 인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금융지주사와 은행장들의 고액 연봉을 실적에 연동되도록 손볼 필요가 있다. 연봉 삭감과 성과급 반납을 약속했던 임원들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지금은 금융권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도 부족할 판이다. 회사는 망해가는데 제 뱃속만 챙기려 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금융의 기본은 신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