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영제] 서민금융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14-01-14 01:37


‘서민’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사전적 의미로는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가지지 못한 일반 사람’ 또는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 심화 및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서민금융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서민의 금융 이용 기회 확대 및 금융비용 부담 경감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함으로써 저신용·저소득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이 확대되는 등 서민들의 금융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됐거나 자활기반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을 출시해 지난해 11월 말까지 약 13조원을 공급했고, 바꿔드림론을 통해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 약 20만건을 10%대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등 서민 금융지원을 위해 적극 노력했다.

또 금융기관 방문이 어렵고 인터넷 등의 활용도가 낮아 정보습득 기회가 적었던 서민들을 위해 현장에서 원스톱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 상담행사’를 매년 20회 이상 열어 다양한 금융애로 사항을 상담하고 맞춤형 해결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서민금융지원 기능이 여러 기관으로 나누어져 있고 관련 금융상품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어 금융당국에서는 서민의 자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수요자 편의성이 제고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서민에 대한 종합적·유기적 금융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유관기관을 통합한 서민금융총괄기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 새희망홀씨,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 지원기준을 통일해 수요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금융지원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서민의 자활을 책임 있게 지원하기 위해 고용·복지 연계서비스 강화 등 질적 개선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서민금융을 특혜성 또는 보조금적 성격의 단발성 지원에 불과하고 그 효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서민들의 금융애로를 일시적으로 이연하는 데 그치며, 오히려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를 유발시키거나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 중 하나인 가계부채는 결국 서민들의 문제로 귀착되고, 서민경제가 붕괴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는 물론 내수경기 둔화, 실업증가 등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서민금융지원은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상충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 성격으로 봐야 한다.

즉 서민금융 지원을 단순히 금융의 일반 논리로만 접근하기보다는 금융포용적 측면, 금융회사의 건전성, 거시경제 전반과 연계해 종합적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급전이 필요한 저소득·저신용층이 고금리 등 불법 사금융을 이용함에 따라 부당한 피해를 입는 경우를 사전에 예방하는 사회공익적 측면에서도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금융포용을 위한 서민금융 지원과 함께 취약계층의 경제적 기반을 근원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도 중요한 만큼, 일자리 창출과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범정부적 노력도 필요하다. 나아가 금융생활의 안정을 통해 보다 많은 국민이 금전적 어려움 없이 만족하고 행복한 상태, 즉 ‘금융복지’ 사회 구현을 위한 미래 청사진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