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미디어 생태계의 황소개구리
입력 2014-01-14 01:37
미디어 생태계에 황소개구리에 비견할 만한 포식자가 있다니, 처음 접했을 땐 포털을 생각했다. 작년 한 해 네이버와 다음의 독점적 뉴스 유통이 언론계의 핫이슈였기 때문이다.
예상은 빗나갔다. 연합뉴스를 그렇게 표현했다. 민주당 배재정 의원과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지난달 26일 공동 주최한 토론회 자리에서다. 뉴스통신진흥법(이하 연합뉴스지원법) 제정 10년을 맞아 ‘연합뉴스, 국가 기간통신사로 가는 길’이란 주제로 평가와 과제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
우월적 취재망으로 시장질서 파괴
이런 자리에서 원색적인 비유가 나왔다. 지난 10년간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해온 연합뉴스가 정치적 편향과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선 토론자들은 일본 교도통신이 포털 뉴스 공급 반대라는 언론사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과는 달리 포털과 공생관계를 형성한 연합뉴스를 미디어 시장질서 파괴를 주도한 황소개구리로 지목했다.
정부의 기간통신사 지정 목적은 대외적으론 정보주권 수호, 대내적으론 지방의 정보격차 해소다. 특히 AP, AFP, 로이터 등 3대 통신사가 전 세계 뉴스의 80%를 독점한 상황에서 우리 관점과 가치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자는 게 핵심 포인트다. 이를 위해 정부 재정으로 25개국 32개 지역에 44명의 특파원과 통신원을 파견하고 있고 국내 13개 지역본부에 120여명의 취재진을 두고 있다. 여기서 우월적 취재망을 동원해 생산한 뉴스를 포털과 직거래하면서 신문과 지역 언론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3일부터 1주일간 연합뉴스의 국제기사 109건 중 64.2%가 현지 통신사를 인용한 보도였다. 이 정도라면 우리의 관점과 가치로 작성한 국제뉴스 서비스라는 명분과는 거리가 멀다.
보도채널 부당지원 방송도 교란
새롭게 제기된 지적은 연합뉴스가 2011년 12월 개국한 보도채널 ‘뉴스Y’에 대한 부당 지원을 통해 방송 생태계까지 교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13개 지역본부는 ‘뉴스Y 방송전담’을 두고 월 평균 20건의 뉴스를 리포트하고 있다. 그 대가로 지역본부는 ‘뉴스Y’로부터 고작 월 약 60만원을 지원받는다. 이는 1인당 연 2억원가량 비용이 드는 특파원들도 마찬가지다.
연합뉴스와 자회사 ‘뉴스Y’ 간 ‘작성기사·송고기사’ 시스템 공유도 특혜라는 주장이 나왔다. 송고기사만 접하는 타 언론사와 비교해 ‘뉴스Y’에 차별적으로 유리하게 우대하는 것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보도채널 승인 조건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뉴스Y’는 연합뉴스 사옥 3개 층을 30% 할인 가격으로 사용 중이다. 비용으로는 연간 16억원으로 ‘뉴스Y’ 매출의 5% 수준이다.
이 같은 특혜 지원에도 불구하고 ‘뉴스Y’는 첫해인 2012년 누적적자가 214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연합뉴스의 당기순이익도 덩달아 전년 대비 11억원 줄었다. 해가 거듭할수록 부실경영 위험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는 YTN을 부실 매각한 선례가 있다.
토론 내용이 사실이라면 연합뉴스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역본부와 특파원 인력, 그리고 시설과 뉴스를 헐값 또는 공짜로 자회사에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에 답해야 한다. ‘뉴스Y’의 적자 심화와 연합뉴스의 경영 악화는 자칫 국민의 추가 세금 부담으로 귀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포털 뉴스를 장악한 황소개구리에서 더 나아가 ‘뉴스Y’와의 내부자 거래를 통한 문어발식 미디어 공룡이 되면 국민은 획일화된 뉴스와 논조에 경직되어간다. 그래서 토론회에서 ‘기간통신사의 사망선고’ ‘연합뉴스지원법 폐기’ 주장이 거셌다. 하지만 연합뉴스 측은 토론회 참석 요청에 응하지 않고 외면했다. 상생과 소통이 절실한 때인데도 말이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