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민일보 김유나 기자 ‘소셜 다이닝’ 체험기… 낯선 이들과의 런치타임, 신선한 소통의 해피타임
입력 2014-01-14 01:31
멀쩡한 직장동료를 놔두고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식사를 즐기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낯선 이와의 식사는 왜 즐거운 것일까. 소셜 다이닝 업체 ‘집밥’을 통해 새해 첫 출근일인 지난 2일 낯선 이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2가의 한 카페 문을 열며 들어선 순간 점심 ‘파트너’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출입문을 계속 힐끔거리는 사람, 옆에 앉은 이들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
이날 모임의 주제는 2014년도 직장인의 새해 다짐. 함께 밥을 먹는 6명은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며 나이, 직업을 묻지 않았다.
통상 직장 상사와 밥을 먹으면 연차가 낮은 회사원들에겐 메뉴 선택권이 없다. “뭐 먹을까”라는 상사의 질문에는 보통 ‘탕’이나 ‘찌개’ 같은 모범답안이 정해져 있다. 만약 ‘파스타’나 ‘샌드위치’를 답한다면 ‘초짜’ 소리 듣기 일쑤다. 소셜 다이닝에서는 원하는 메뉴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장점이었다. 한 참가자는 “김치찌개에서만 벗어나도 행복한 게 직장인”이라며 웃었다.
계산은 철저하게 ‘더치페이’다. 인원수에 맞게 미리 결제한 뒤 만나는 경우도 있다. 모임을 주선한 ‘야성곰’(33)은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는 점심시간이 회사원에겐 늘 지루한 시간”이라며 “점심시간만 바뀌면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점심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주선하는 직장인 모임 ‘크런치(Crunch)’는 벌써 50회 가까이 진행됐다. 앞선 모임에서는 10년차 대기업 차장이 나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다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날 모임 참석자들은 대부분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이었다. ‘모던보이’(33)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밥을 먹는 일상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가 IT 보안업종에서 일한다고 하자 다른 참가자가 “댓글 다는 거 아니죠?”라고 물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회사원 ‘코코로’(29·여)가 새해 소망으로 ‘남자친구 사귀기’를 꼽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애 상담으로 이어졌다. ‘썽’(30·여)이 새해 소망으로 ‘세계 일주’를 꼽자 곳곳에서 부러움의 탄식이 쏟아졌다. 그는 9년 가까이 사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벌어둔 돈으로 곧 생애 첫 세계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그는 “여행 에세이를 출간하는 게 목표”라며 수줍게 웃었고 참가자들은 “직장인은 평생 꿈도 못 꿀 일”이라며 부러워했다.
모임은 예정된 종료 시각인 오후 1시에 정확히 끝났다. 일부는 회사로 돌아갔지만 여운이 남은 이들은 마저 이야기꽃을 피우다 돌아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