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 치료 병원 ‘카프’ 부활한다
입력 2014-01-14 01:36
주류(酒類) 회사들의 약속파기로 문을 닫았던 국내 유일의 알코올중독 치료·재활병원인 카프(KARF)병원이 폐쇄 6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게 됐다.
성공회대는 1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사단법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카프재단)의 사업부문 중 치료·재활을 담당해온 카프병원과 재활사업본부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알코올중독 예방 등 일부 사업은 한국주류산업협회(주류협회)에서 이어나가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성공회대, 주류협회는 지난달 30일 이런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합의에 따라 주류협회는 경기도 고양시의 카프병원 건물·재활시설 등 500억원 안팎의 부동산과 미납한 출연금 중 50억원을 성공회대에 지급하기로 했다. 또 카프재단 직원 55명 중 41명은 성공회대가, 나머지 14명은 주류협회가 고용을 승계하기로 했다.
카프병원은 주류업계가 매년 50억원의 출연금을 약속해 2004년 고양시에 설립한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이다. 대다수 알코올중독 치료 병원들은 가족들에 의한 강제 입원이 90%를 넘는다. 반면 카프병원은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입원이 가능하다. 알코올중독의 예방부터 조기발견, 치료, 재활, 사회복귀까지 술로 인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도 카프병원의 의미는 컸다. 2009년 이후 외래환자가 매년 1000명 안팎씩 증가해 2012년에는 입원 523명, 외래 6214명 등 총 6737명의 알코올중독 환자가 카프병원을 이용했다.
카프병원은 주류협회가 2011년 기금 출연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재정난에 부딪혔다. 주류협회가 그간 내지 않은 출연금은 2011∼2013년 3년간 미납한 돈과 앞서 미납한 지원금까지 총 17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자금난에 빠진 병원은 지난해 2월 여성병동에 이어 5월 남성병동까지 폐쇄돼 7월 아예 휴업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8월에는 강제 퇴원한 환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간 카프병원에는 “병원이 언제 다시 문을 여느냐”는 문의전화가 하루 10여통씩 걸려올 만큼 수요가 밀려 있다. 특히 병동 폐쇄로 강제 퇴원당한 전 입원환자의 경우 “다른 병원의 비자발적 입원환자들과 함께 치료받는 걸 힘들어한다”는 가족들의 상담 전화가 많았다. 카프재단 관계자는 “다른 정신과 질환을 가진 환자들과 뒤섞여 치료 받는 알코올중독 환자의 가족들 중에도 다시 입원하고 싶다는 전화가 많다”며 “다시 문을 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