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LIG손보 인수전 뛰어든다
입력 2014-01-14 02:34
롯데그룹이 자산 20조원에 손해보험업계 4위인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손해보험과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손보와 LIG손보를 합치면 업계 2∼3위권으로 껑충 뛴다. 시장에서는 롯데의 인수 의지가 강하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LIG손보 인수를 위한 금융자문사로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회계 자문사로 E&Y한영, 계리 자문사로 밀리만코리아를 각각 선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3일 “아직 매각 일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문사를 선정해서 내부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롯데그룹이 LIG손보 인수 추진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롯데는 그동안 LIG그룹이 LIG손보 매각 의지가 있는지를 따지면서 추이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 판단이 서자 자문사를 선정하면서 가속도를 붙인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금보유 능력이 뛰어난 롯데그룹이 참여하면서 LIG손보 매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석유화학, 유통 등에서 전광석화 같은 인수·합병(M&A)으로 짭짤한 성과를 거둔 롯데그룹은 유독 금융업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취약한 금융업 분야를 강화하고 성장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사회 첫발을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내디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금융업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신 회장은 1981년부터 88년까지 노무라증권을 다녔다.
롯데그룹은 모두 10개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롯데손보, 롯데카드, 롯데캐피탈을 제외하면 부산하나로카드 등 모두 교통카드 관련업을 하는 소규모 회사다. 금융계열사가 그룹 전체 매출(82조3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 수준에 불과하다.
롯데는 2008년 대한화재해상보험을 인수하며 손해보험업에 진입했지만 뚜렷한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9월 원수보험료(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전체 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이 3.0%로 업계 9위에 머물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와 LIG손보(13.7%)의 시장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2위인 현대해상(16.1%)을 뛰어넘게 된다”며 “거의 움직임이 없는 손해보험 시장에서 9위가 2∼3위까지 단숨에 치솟는 대형 지각변동”이라고 말했다.
한편 LIG손보 인수전에는 공식 의사를 밝힌 동양생명-보고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비롯해 한화그룹, 메리츠화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