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홈런왕 꿈꾸다 약물왕으로 전락… A로드 은퇴 위기
입력 2014-01-14 01:36
“A.로드의 몰락은 야구 역사상 가장 슬픈 이야기 중 하나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에서 금지 약물에 기댄 초라한 슬러거로 추락한 알렉스 로드리게스(39·뉴욕 양키스)에 대해 질타와 함께 안타까움이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 CBS 스포츠의 존 헤이먼 기자는 12일 칼럼을 통해 금지약물 복용으로 162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확정된 로드리게스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마이애미 출신으로 믿을 수 없는 재능을 가졌던 18세 어린 선수는 최고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편법을 사용했다. 그는 이기심과 탐욕으로 역사상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제 그는 역사상 최다 홈런왕 대신 최고의 스테로이드왕으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드리게스가 금지약물을 복용하고도 거짓말을 계속했던 사실도 지적했다. 헤이먼은 “미국에서 그를 결백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는 2001∼2003년 텍사스 시절 약물 복용 사실을 인정했으나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최후의 심판의 날이 왔다”고 꼬집었다.
올 시즌을 통째로 쉬게 된 로드리게스는 항소할 예정이다. 그는 “양키스에서 뛰기 시작한 2004년 이후엔 단 한 차례도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 법원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 해결할 자신이 있다”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를 파멸로 이끈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의 주역인 앤서니 보시가 13일 CBS에 출연해 로드리게스를 둘러싼 모든 사실을 폭로하면서 오히려 사면초가에 빠졌다. 약물 공급책인 보시는 CBS 뉴스프로그램인 ‘60분’에 나와 로드리게스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여과 없이 공개했다.
보시는 로드리게스에게 매달 1만2000달러(약 1267만원)를 받고 금지 약물을 제공한 사실과 로드리게스가 약물 검사에 걸리지 않으려고 투약시기와 방법 등을 주도면밀하게 따진 것 등을 폭로했다.
특히 그는 2001∼2003년 이후 로드리게스가 다시 약물에 손을 댄 이유에 대해 배리 본즈(전 샌프란시스코)가 남긴 MLB 통산 최다 홈런(762개)을 경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시가 TV에 나와 각종 증거를 폭로함에 따라 결백을 주장해 온 로드리게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1993년 화려하게 데뷔해 빛나는 삶을 살았던 로드리게스의 비참한 말로는 메이저리그 전체에 약물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