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축은행 감사 好시절 “끝”… 업무 확 늘려 고삐죈다
입력 2014-01-14 01:36
재무제표도 볼 줄 모르면서 고액 연봉에 즐거워하던 일부 저축은행 감사들의 좋은 시절은 다 갔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감사의 업무 범위를 넓히고,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엄중히 묻기로 했기 때문이다. 감사들이 연간 수행할 필수 감사 항목은 168건에 달하며, 금융당국은 이를 무작위 검사로 크로스 체크한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권에서 크고 작은 내부통제 문제가 끊이지 않아 저축은행중앙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이같이 감사들의 의무를 확대했다고 13일 밝혔다.
결정된 모범규준에 따르면 올해부터 저축은행 감사들은 일상감사 23개(상시), 자점감사 20개(매월), 정기감사 125개(매년) 등 168개 항목에 대해 각각 개별적인 보고서를 작성·보고해야 한다. 예산의 집행부터 회계 결산까지 저축은행의 모든 경영 방침에 대해 쉴 틈 없이 견제해야 한다.
저축은행권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 경영진 부당 대출 등 문제가 여전하다. 지난해 금감원은 총 61곳의 저축은행을 검사했는데, 이 중 24곳(39%)이 BIS비율을 부풀려 고객과 금융당국을 기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는 만만한 직원을 지점장으로 앉혀 두고 경영진의 사금고처럼 수시로 대출금을 빼낸 저축은행의 사례,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을 100% 포인트 이상 초과해 대출을 내준 사례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감사들은 사실 보은 차원에서 내려앉은 ‘식물 감사’였고, 정작 건전성 문제가 발생해도 내부적으로는 태평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감사들은 금융 비전문가이거나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감안돼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대표이사보다 제재 수위가 낮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관행부터 고치기로 했다. 비전문가 감사들을 고려해 업무 매뉴얼을 배포하고, 이 매뉴얼의 수행 여부에 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감사들은 임원급의 결재업무는 무조건 검토해야 한다. 168개 항목의 경영실태를 평가해 수시로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매년 두 차례 무작위로 저축은행들을 검사, 내부감사 결과가 허위보고로 판명되는 경우 중징계를 내린다.
금감원은 저축은행권 전체가 감사를 상근직으로 두도록 개선한 상태다. 저축은행 자산이 3000억원 이상이면 감사위원회를 꾸릴 수 있어 비상근직만으로도 운영할 수 있지만, 감사가 출근마저 하지 않으면 내부통제 문제에 취약해진다는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경영진은 상근직을 두면 인건비가 늘어난다며 불만이 크지만, 문제가 불거진 뒤의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