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밀란전 4골 폭발 베라르디, 넌 누구냐?

입력 2014-01-14 01:36

이탈리아 세리에A의 강호 AC밀란이 19살의 신예에게 격침당했다.

AC밀란은 13일(한국시간) 열린 사수올로와의 원정경기에서 3대 4로 역전패했다. 사수올로는 올 시즌 2부리그에서 올라와 18라운드까지 18위에 머물던 팀으로 AC밀란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사수올로의 신예 공격수 도메니코 베라르디가 혼자 4골을 터트리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베라르디는 0-2로 뒤지던 전반 15분과 28분, 41분 연달아 3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기록, 팀의 3-2 리드를 만들었다. 여기에 후반 시작 2분 만에 쐐기골을 터뜨리며 한 경기서 4골을 몰아넣어 이탈리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상대 수비수 등 뒤로 돌아들어가며 패스를 넘겨받아 골키퍼를 원터치로 제치고 사각에서 슛을 때려 첫골을 넣었다.

이어 수비수를 등지고 전혀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터닝슛으로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3, 4호 골은 정확한 위치선정을 한 뒤 동료의 패스를 논스톱 슛으로 때려 넣었다. 탁월한 볼감각과 스피드, 정교한 슈팅능력을 고루 갖춘 선수였다. 10대가 이탈리아 리그에서 4골을 넣은 것은 1931년 실비오 피올라 이후 처음이다. AC밀란을 꺾은 사수올로는 16위로 뛰어올랐다.

당초 이 경기는 AC밀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혼다 케이스케에게 관심이 쏠렸다. 혼다의 데뷔전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 기자단만 70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경기 후 모든 관심은 베라르디에게 쏟아졌다.

베라르디는 그야말로 우연히 발굴된 선수다. 16세 때 자신의 형이 공부하는 모데나를 방문해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스카우트의 눈에 띄면서 사수올로 청소년팀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 세리에B에서 11골을 넣은 그는 맨체스터시티, 리버풀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 결국 치열한 경쟁 끝에 유벤투스가 공동 소유권을 얻은 뒤 경험을 쌓게 하려고 사수올로에 재임대했다. 베라르디는 올 시즌 세리에A 14경기에 출전해 11골을 기록했다. 시간당 득점 비율로 보면 압도적인 리그 1위다.

베라르디는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오늘 내가 넣은 4골을 팀 동료인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아체르비는 현재 고환암 투병중이다. 그는 이어 “감독님을 생각하면 기쁘다. 그는 우리를 세리에A로 승격시켜준 사람”이라며 경질설이 나돌던 프란체스코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골닷컴은 “베라르디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이탈리아 축구는 훌륭한 재능을 발견했다”고 극찬하며 5점 만점에 5점을 선사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