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우리도 뛴다] (6) 알파인스키 정동현

입력 2014-01-14 01:36

올림픽 3수… 집념의 눈보라 휘날린다

알파인스키에는 남녀 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 활강, 복합 등 5개 종목에서 금메달 10개가 걸려 있다. 한국은 소치동계올림픽에 5명(남자 4, 여자 1)의 출전권을 확보했다. 최종 명단은 오는 20일 국제스키연맹이 발표하는 국가별 쿼터에 따라 확정된다. 한국은 아직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전설’ 허승욱(현 스키협회 알파인위원장)이 기록한 21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다.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선수 중에선 알파인스키 에이스 정동현(26·경기도체육회)이 가장 눈에 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 알파인스키 최강자로 군림해온 ‘보석’ 같은 존재다.

정동현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선수로 활동했다. 4학년 때엔 동계체전에서 ‘형’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3개나 따내며 ‘스키 신동’으로 불렸다. 2004년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해 숱하게 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에서도 통할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유독 올림픽을 앞두고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그는 2005년 처음 출전한 성인부 국제대회인 일본 오타루 알파인스키 대회 회전에서 1위에 올랐다. 이어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출전 자격도 얻었지만, 정작 올림픽 무대엔 서지 못했다. 국가대표 소집에 응하지 않고 개인 훈련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2년간 종합대회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09년 국가대표로 돌아온 그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메달에는 실패했지만 대회전 5위, 슈퍼대회전 9위에 오르며 다시 가능성을 보였다.

절치부심하고 다시 ‘올림픽 첫 메달’의 꿈을 키운 정동현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회전 종목에 출전해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밴쿠버로 떠나기 일주일전 부상을 당했다. 전국체전에 나갔다가 허벅지가 스키에 찔리는 부상으로 근육 봉합수술을 한 뒤 가까스로 출전만 했다.

끝없는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정동현은 포기하지 않고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키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자신의 주력 종목인 회전과 대회전이 열리지 않았으나 슈퍼복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99년 강원대회 2관왕 허승욱 이후 12년 만에 알파인스키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려 ‘한국 스키의 차세대 주자’임을 재확인했다.

정동현은 “올림픽은 누구나 꿈꾸는 꿈의 무대이지만 나에겐 정말로 특별한 대회”라면서 “이번 소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4년 뒤 평창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오는 23일 오스트리아 슐라트밍에서 열리는 알파인스키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해 마지막 담금질을 한다.

알파인스키는 실수를 줄여가는 운동이다. 방법은 단 하나, 반복된 훈련뿐이다. 최용희(43) 국가대표팀 감독은 “‘생각하는 순간 실수가 나오므로 본능적으로 타고 내려갈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해야 한다”면서 “대회마다 장소, 날씨, 설질이 모두 다른데다 적응할 여유가 많지 않아 끊임없는 반복훈련밖에 다른 비결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